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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앞둔 박용택-이범호의 유쾌한 신경전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10-09 17:08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양팀 감독과 선수들이 몇점차 승부가 될지를 예상하며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디어데이에는 정규리그 4위팀 LG의 양상문 감독과 박용택, 류제국, 5위팀 KIA의 김기태 감독과 이범호, 양현종이 나와 출사표를 던졌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09/

신경전 없는 가을야구는 단팥 빠진 붕어빵과 같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을야구 포문을 열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신경전이 미디어데이 현장을 즐겁게 했다.

LG와 KIA의 감독, 대표선수들이 참가해 입담 대결을 펼친 9일 잠실구장.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LG 양상문 감독, KIA 김기태 감독 뿐 아니라 류제국 박용택(이상 LG) 이범호 양현종(이상 KIA)이 참석해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참가하는 각오를 밝혔다.

방송으로 중계되는 본 행사에 앞서 양팀 선수들은 취재진과의 사전 인터뷰를 하며 몸을 풀었다. KIA 선수들이 먼저 도착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홈팀 LG 선수들이 제 시간에 인터뷰장으로 들어왔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LG 선수들을 보지 못한 KIA 선수들. 그러자 4명 중 최고참인 박용택이 슬그머니 고개를 밀어넣어 "인사 안하나"라고 말하자 KIA 선수들이 인사를 건네며 신경전이 시작됐다.

박용택이 선수를 쳤다. 박용택은 신인 시절이던 2002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차지한 기억을 떠올리며 유독 "KIA"를 크게 외쳤다. 당시 상대가 KIA였다. 박용택은 미디어데이 도중 또다시 "당시 5차전에서 멀티홈런 포함, 4타점을 기록했다. 그 때 상대가 바로 KIA였다"며 열을 올렸다. 양팀은 그 때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함께하게 됐다. 당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자신과 LG가 잘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KIA 강조 발언이었다.

박용택은 얘기가 이어지던 중 "KIA의 1차전 선발이 헥터 노에시"라는 얘기가 나오자 인터뷰장이 다 들릴 정도로 "헥터요? 아 다행이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KIA는 헥터와 양현종을 놓고 선발을 고민하다 결국 헥터로 낙점했다. 그런데 박용택은 양현종에 유독 약하다. 올해 양현종 상대 6타수 1안타 1할6푼7리. 양현종이 선발로 나오면 선발에서 빠지기도 했다. 박용택의 목소리를 들은 이범호가 이번에는 맞받아쳤다. 이범호는 "요즘 정보(1차전 선발 헥터)가 이렇게 새어나가느냐. 그런데 우리는 1차전에 양현종이 중간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용택은 한술 더 떠 "우리는 양현종이 중간에 나올 상황에 대비한 전력 분석까지 마쳤다"고 말해 KIA 선수들을 당황케 했다.

하지만 이대로 질 KIA가 아니었다. LG 선수들이 "우리 외야수들이 큰 경기에 오버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을 엿들은 이범호가 "그러면 용택이형이 수비 나가면 되겠네"라고 기습 공격을 해왔다. 당황한 박용택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었어?"라고 말하며 이범호의 손을 맞잡았지만 한방 먹은 표정이었다. 왕년이 명 외야수 박용택은 올시즌 거의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자 "미디어데이에 처음 참석해보는데, 원래 이렇게 엄숙했나"라던 박용택은 "김기태 감독님, 헥터를 내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종이가 나왔으면 시합 못뛸 뻔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과 얘기해본 결과 헥터보다 현종이를 조금 더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범호는 "(2연패 했지만) 허프를 2번 상대해봤으니 이제 칠 수 있지 않겠나. 날씨가 쌀쌀해져 허프가 컨트롤을 잡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꼭 만루홈런(만루에서 유독 강하다는 질문을 받은 후)을 쳐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용택이형의 예상이 빗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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