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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 없는 가을야구는 단팥 빠진 붕어빵과 같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을야구 포문을 열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신경전이 미디어데이 현장을 즐겁게 했다.
박용택이 선수를 쳤다. 박용택은 신인 시절이던 2002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차지한 기억을 떠올리며 유독 "KIA"를 크게 외쳤다. 당시 상대가 KIA였다. 박용택은 미디어데이 도중 또다시 "당시 5차전에서 멀티홈런 포함, 4타점을 기록했다. 그 때 상대가 바로 KIA였다"며 열을 올렸다. 양팀은 그 때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함께하게 됐다. 당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자신과 LG가 잘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KIA 강조 발언이었다.
박용택은 얘기가 이어지던 중 "KIA의 1차전 선발이 헥터 노에시"라는 얘기가 나오자 인터뷰장이 다 들릴 정도로 "헥터요? 아 다행이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KIA는 헥터와 양현종을 놓고 선발을 고민하다 결국 헥터로 낙점했다. 그런데 박용택은 양현종에 유독 약하다. 올해 양현종 상대 6타수 1안타 1할6푼7리. 양현종이 선발로 나오면 선발에서 빠지기도 했다. 박용택의 목소리를 들은 이범호가 이번에는 맞받아쳤다. 이범호는 "요즘 정보(1차전 선발 헥터)가 이렇게 새어나가느냐. 그런데 우리는 1차전에 양현종이 중간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용택은 한술 더 떠 "우리는 양현종이 중간에 나올 상황에 대비한 전력 분석까지 마쳤다"고 말해 KIA 선수들을 당황케 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자 "미디어데이에 처음 참석해보는데, 원래 이렇게 엄숙했나"라던 박용택은 "김기태 감독님, 헥터를 내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종이가 나왔으면 시합 못뛸 뻔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과 얘기해본 결과 헥터보다 현종이를 조금 더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범호는 "(2연패 했지만) 허프를 2번 상대해봤으니 이제 칠 수 있지 않겠나. 날씨가 쌀쌀해져 허프가 컨트롤을 잡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꼭 만루홈런(만루에서 유독 강하다는 질문을 받은 후)을 쳐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용택이형의 예상이 빗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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