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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박세웅 "올해 제 점수요? 탈락이에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22:17


롯데 박세웅. 스포츠조선DB

프로 3년 차. 박세웅(21)은 강하게 자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유망주' 우완 투수 박세웅은 원래 신생팀 kt의 '영건'이었다. kt의 창단 첫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갈고 닦는 시간을 함께 보냈고, 조범현 감독의 든든한 지지 아래 1군 첫 해에도 '토종 에이스'로 출발했다. 하지만 kt가 지난해 5월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려한 과감한 트레이드에 나서면서 박세웅은 롯데로 팀을 옮겼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박세웅도 많이 성장했다.

올해는 박세웅이 처음으로 선발로 풀타임을 뛴 시즌이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출발했지만 후반 부진으로 불펜을 오가기도 했다. 프로 선수에게 기회도 행운이라면, 박세웅은 운도 따랐다. 린드블럼, 송승준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서 엉겹결에 토종 선수들 가운데 가장 꾸준히 등판 기회를 얻었다. 26경기 7승12패 평균자책점 5.78. 얻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시즌. 박세웅에게 올해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묻자 주저 없이 "탈락"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쉬운게 더 많다"는게 이유였다.

올해 10승이 목표라고 여러차례 답했던 그는 아쉽게도 7승에 그쳤다. 유독 승운도 없었다. 후반기들어 더 심해졌다. 박세웅은 7월 21일 KIA전 이후 선발 10경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6연패. 스스로 무너진 경기도 있었지만, 5이닝 이상을 잘 막고 내려와도 돌아온 것은 승패없음.

박세웅은 "운이 거기까지였나보다. 10승은 다음에 해도 된다"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규정 이닝에 10이닝 정도가 모자라다. 또 후반기 시작하고 페이스가 뚝 떨어진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힘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공 위력이 조금 떨어져서 점수를 많이 내줬던 것 같다"는게 스스로의 설명이다.


롯데 박세웅. 스포츠조선DB
유독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주자가 모였을 때 대처를 잘 못한 것 같다"는 그는 "타자를 너무 어렵게 잡으려다보니까 볼넷을 주고, 그것 때문에 무너진다. 코치님들이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지 말고 맞춰서 잡아도 된다'고 하시는데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다. 표정 관리도 아쉽다. 윤성환 선배님의 포커페이스가 부럽다. 그러면 안되는데 고비때 적시타를 맞거나 하면 표정 관리가 잘 안된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성과를 찾자면 체력적인 부분이다. 박세웅은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무사히 보낸 것"을 최고의 결과물로 꼽았다. 그는 "등판 전후에 하는 루틴을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도와주셨고 내게 잘 맞는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다. 올해 비시즌 동안 체중을 조금 더 늘리고 싶다. 작년보다는 많이 찌웠는데, 지금 79~80㎏. 85㎏까지 늘리는게 최종 목표다. 스프링캠프 다녀와서 내년 시즌 시작할 때쯤 83㎏로 맞이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목표치를 밝혔다.

올 시즌 자신에게 과감히 '탈락 점수'를 준 이유는 분명했다. 박세웅은 "아쉬운게 더 많다. 기회도 많았는데. 승도 승이지만 그것보다 다른 보완점들이 너무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좋은 투수들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선배들이 그랬듯 시련과 고민 속에서 성장한다. 박세웅도 마찬가지다. 마냥 미성숙한 선수 같다가도 깜짝 놀랄만큼 어른스러운 그는 지금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길 가운데 서있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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