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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10위 책임을 조범현 감독에게만 돌릴 것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9-28 11:35



프로의 세계에서, 모든 책임은 감독이 떠안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감독만의 잘못으로 팀이 방향성을 잃는 것일까.

kt 위즈가 힘겨운 시즌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최하위가 확정됐다. 동력을 잃은 선수단이 힘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 열심히 싸우고 있으나, 역전패가 반복되는 등 갈수록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최근 조 감독 재계약 여부에 대한 얘기가 많다. 성적이 좋지 않아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 등에 나오는 얘기는 극히 제한된 일부다. 현장에서 들리는 얘기들은 더 구체적이고, 무섭기까지 하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독 출신 인사들이 차기 감독 자리를 노리고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줄을 잇는다. kt는 민영화 됐지만, 공기업 운영 방식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조직. 그동안 주요 프런트도 '낙하산 인사'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kt에서 일을 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감독도 충분히 비슷한 루트를 통해 내려올 수 있다.

문제는 시즌 종료 전, 이런 분위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kt 그룹과 구단 문제다. 성적을 떠나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의 의무인데,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성적 부진의 탓을 모두 조 감독에게만 돌리려는 모양새가 아쉬움을 남긴다.

kt는 올시즌 실수가 많았다. 프로 2년차로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이 많은데, 이를 다 스스로 걷어찼다. 보상선수 출혈 없이 FA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였는데, 유한준 1명 영입에 그쳤다. 2명을 더 출혈 없이 데려올 수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분노에 찰 조치였다. 박석민(NC) 정우람(한화) 급의 초대형 선수를 잡아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각 포지션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는 정도의 선수 영입을 바랐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선발투수 3명을 쓸 수 있는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다른 걸 다 떠나, 외국인 선발 3명만 안정적으로 던져줬다면 kt는 현재 중위권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돈 문제다. 그룹에서 돈을 안준 것인지, 구단에서 알아서 지출을 줄인 것인지 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프로팀으로서 시즌을 훌륭히 치르겠다는 의지 표명의 투자는 분명히 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놓고 다른 적극적 투자를 한 구단들과 똑같은 성적, 팀 운영을 바란다는 것이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그룹 고위층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60억원을 투자해 선수 영입을 했는데 왜 똑같이 꼴찌인가"라고만 생각할 게 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준교 사장이 내년 시즌 적극적 투자를 약속한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그래도 좋게 변한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 사장은 "우리도 누구나 들으면 인정할만 한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 없이 고생한 조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 팀에 와 수혜를 입는다면 조 감독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조 감독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성적이 부진하면 1차 책임은 감독이 져야한다. 여러 사건과 사고,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등은 현장 관리 소홀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kt의 성적 부진 원인을 모두 조 감독에게 돌리는 것도 매우 잔인한 일이다. kt는 이제 1군 2년차 팀이다. 아직 더 다져야 할 부분이 많다. 새로운 시도들이 더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kt 고유의 권한이지만, 그 시도가 진정 야구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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