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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에서, 모든 책임은 감독이 떠안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감독만의 잘못으로 팀이 방향성을 잃는 것일까.
문제는 시즌 종료 전, 이런 분위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kt 그룹과 구단 문제다. 성적을 떠나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의 의무인데,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성적 부진의 탓을 모두 조 감독에게만 돌리려는 모양새가 아쉬움을 남긴다.
kt는 올시즌 실수가 많았다. 프로 2년차로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이 많은데, 이를 다 스스로 걷어찼다. 보상선수 출혈 없이 FA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였는데, 유한준 1명 영입에 그쳤다. 2명을 더 출혈 없이 데려올 수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분노에 찰 조치였다. 박석민(NC) 정우람(한화) 급의 초대형 선수를 잡아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각 포지션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는 정도의 선수 영입을 바랐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선발투수 3명을 쓸 수 있는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다른 걸 다 떠나, 외국인 선발 3명만 안정적으로 던져줬다면 kt는 현재 중위권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놓고 다른 적극적 투자를 한 구단들과 똑같은 성적, 팀 운영을 바란다는 것이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그룹 고위층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60억원을 투자해 선수 영입을 했는데 왜 똑같이 꼴찌인가"라고만 생각할 게 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준교 사장이 내년 시즌 적극적 투자를 약속한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그래도 좋게 변한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 사장은 "우리도 누구나 들으면 인정할만 한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 없이 고생한 조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 팀에 와 수혜를 입는다면 조 감독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조 감독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성적이 부진하면 1차 책임은 감독이 져야한다. 여러 사건과 사고,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등은 현장 관리 소홀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kt의 성적 부진 원인을 모두 조 감독에게 돌리는 것도 매우 잔인한 일이다. kt는 이제 1군 2년차 팀이다. 아직 더 다져야 할 부분이 많다. 새로운 시도들이 더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kt 고유의 권한이지만, 그 시도가 진정 야구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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