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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kt, 어떻게라도 이겨야 하는 이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9-18 08:49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가 박경수의 9회 끝내기 홈런으로 LG를 상대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박경수.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04

kt 위즈가 꼭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막내 kt에게 힘든 가을이 되고 있다. kt는 1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까지 4대11로 패하며 6연패 늪에 빠졌다. 48승2무81패. 3할대 승률에서 허덕이고 있다. 꼴찌를 사실상 확정 지은지는 오래다. 15일에는 넥센 히어로즈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공식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이 0%가 됐다.올스타 브레이크 때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5강 싸움을 벌이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9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가 10.5경기나 된다.

최근 경기를 보면 무기력함의 연속이다. 단순히 져서가 아니다. 경기 초반 확 앞서나가다가도,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당하기 일쑤다. 투수들이 조금 던지는 날이면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 타격이 조금 되면 투수들이 무너져버리니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선수들도 이겨보겠다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는 중이다.

결국 경험이 부족한 팀의 전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야구는 몇몇 실력 좋은 베테랑 선수들로만 진행되는 경기가 아니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모두 단단해야 죽기살기로 뛰는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아직은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야 하는 kt인데, 매경기 호락호락하지 않다. 순위 싸움이 끝까지 이어지며 선배팀들은 kt만 만나면 어떻게든 이기려 애쓴다.

동기 부여 측면도 크다. 1군 2년차 중반까지 나름 잘 버티며 대형 사고를 기대했지만, 이어지는 사건에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까지 나오며 동력을 잃었다. '가을야구를 해야한다', '꼴찌라도 면해야 한다'는 지상 과제가 사라지니 아무래도 플레이에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런 kt의 상황을 누구나 동정으로 바라봐 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프로'라는 당당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우리는 신생팀이니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많이 빠져있으니 당연히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뛴다면 이는 성적 관계 없이 홈구장 위즈파크를 찾는 홈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꼴찌라는 성적 관계 없이, kt가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팬들이다. kt는 지난 2년 막내 프로구단으로서 잘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하나다. 늘 경기장을 채워주는 팬들 때문이다. 수원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 흥행과 관련 없는 도시로 낙인찍혔지만 열성적인 수원팬들이 그 인식을 바꿔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팬들이 충성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방관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자신들을 위해서다. 올해까지만 야구하고 야구 안할 팀, 선수들이 아니다.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내년 시즌에도 선배팀들은 kt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대적인 팀 개편이나 선수 영입이 없다면 내년 시즌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게 뻔하다. 연패에 빠지기 전 순위 싸움을 벌이는 선배팀들에게 무섭게 고춧가루를 뿌리던 그 모습을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 상대팀을 떠나,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스스로도 이기는 맛을 알아야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단, 그 승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 타석, 한 투구에 혼신의 힘을 담아야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잘하니 경기에 나가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면 오산이다. 언제까지 '박경수 선배가, 유한준 선배가 해주겠지'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하며 상대를 물고 늘어뜨리는 경기를 보여줘야 지켜보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13경기가 남았다. 마무리가 매우 중요한 kt의 2016 시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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