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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던 현대의 정민태(왼쪽부터)-임선동-김수경-박장희.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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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앞으로 1승씩을 추가하느냐, 남은 시즌 10승을 합작하느냐. KBO리그 새 역사가 눈앞이다.
두산 베어스 선발진 얘기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절친' 장원준과 유희관이 거침없이 승수를 쌓고 있다. 1일 현재 승수는 니퍼트가 17승(3패), 보우덴이 14승(7패)이다. 장원준(14승5패)과 유희관(14승4패)도 나란히 14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2위다. 이들 4명은 KBO리그 사상 첫 15승 투수 4명 탄생,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선발승 기록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우선 '15승'이다.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한 시즌에 15승 투수를 4명이나 배출한 팀은 없었다. 1982년 삼성 라이온즈(권영호 이선희 황규봉·이상 15승), 1994년 LG 트윈스(이상훈 18승, 김태원 16승, 정삼흠 15승), 2000년 현대 유니콘스(정민태 임선동 김수경·이상 18승)에서 3명이 나왔을 뿐이다. 두산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외국인 투수 덕을 전혀 못 봤지만, 1년만에 1993년 김상진(11승), 장호연(10승), 권명철(10승), 강병규(10승)를 뛰어넘는 최강 선발진을 완성했다. '타고투저' 현상이 리그를 지배하는 가운데 15승 투수 무더기 탄생이 조만간 야구계의 빅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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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세운 역대 최다 선발승 기록에 도전 중인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왼쪽부터)-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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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 팀 최다 선발승 기록도 새로 쓰여질 공산이 아주 크다. 이날까지 두산이 거둔 선발승은 65승이다. '판타스틱 4'가 합작한 59승 외에 허준혁 4승, 안규영 1승, 고원준도 1승을 거뒀다. 두산은 시즌 내내 '붙박이' 5선발을 찾지 못해 걱정이라지만, 타구단 코칭스태프가 들으면 배 부른 소리다. 나머지 9개 구단은 5선발 위치에서 6승은 고사하고 1승도 건지기 힘겹다. 특히 NC 다이노스(45승), 넥센 히어로즈(41승) SK 와이번스(40승)을 제외하면 모든 팀의 선발승이 40승 아래다.
지금까지 국내 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선발승을 기록한 팀은 2000년 현대다. '18승 삼총사'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과 함께 박장희(8승) 정명원(5승) 마일영(4승) 신철인(3승)이 74승을 합작했다. 영남대 출신으로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박장희의 경우는 당시 개막 7연승을 달리며 파란을 일으키다가 어깨 통증으로 선발진에서 빠져 두 자릿수 승수에 실패했다. 그래도 현대가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1강 체제'를 굳힌데 큰 공을 세웠다.
지금은 두산 스카우트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살고 있는 박장희 과장은 "당시 현대는 선발이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불펜에는 조웅천, 위재영이 버티고 있어 경기가 뒤집힐 일도 없었다"며 "선발 투수간 경쟁 의식이 있었고 그러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30홈런 타자만 3명(박재홍, 박경완, 퀸란)이었다. 박진만, 심재학, 전준호, 이숭용 선배도 있었다"며 "선발 투수가 편하게 던졌다. 지금 두산 분위기가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119경기를 치른 두산은 앞으로 2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 5명의 선발이 5번씩 등판하면 되지만, 우천 취소에 따른 재편성으로 특정 투수가 좀 더 많은 등판을 소화할 수도 있다. 어쨌든 잔여 경기에서 10승 합작은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9승만 해도 타이, 1승만 더 쌓으면 신기록이다.
두산은 남은 시즌 15승 투수 4명 배출과 선발 75승을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이제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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