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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이 이중고를 버텨내고 있다. 팀은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마지막 가을야구의 끈을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승엽 개인으로는 한일통산 600홈런, 역대 최다타점신기록이라는 굵직한 이정표에 도전하고 있다.
기록에 관해선 다소 무덤덤한 이승엽이다. 이승엽이 2012년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할 때 언급했던 것은 400홈런과 2000안타였다. 400홈런은 지난해 이미 달성했고, 2000안타는 14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600홈런에 대해선 "담담하다"고 했다. 한일기록 합산이어서 공식기록이 아니기도 하고, 누구보다 수많은 기록을 남긴 '기록의 사나이' 이승엽이다. 하지만 홈런이벤트가 계속되고, 600홈런에 쏠리는 관심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미 삼성경기는 승패만큼이나 이승엽의 600홈런 레이스가 관심사다.
이승엽으로선 다소 조심스럽다. 개인기록 레이스로 인해 팀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다. 무심하려 해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속마음이다.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삼성으로선 치명적이다. 구자욱-최형우-이승엽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마운드가 허물어진 삼성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승엽은 누누이 "매타석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600홈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짐이기도 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야구는 기록경기다. 모든 것이 기록이다. (이)승엽이 기록은 그 자체로 엄청나다. 다만 욕심을 낸다면 빨리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600홈런도 수일내로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승엽이가 잘해주고 있지만 작은 심리변화에 민감한 운동이다. 감독 입장에선 선수의 대기록이 걸렸을 때는 여러가지 고민이 많이 생기는 법"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순위다툼이 아니라면 다소 마음이 편하겠지만 여러가지 신경쓸 것이 많은 삼성, 그리고 이승엽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민타자다운 이승엽의 행보다. 억지로 쫓는다고 기록이 손에 쥐어지진 않는다. 숱한 기록도전과 아홉수를 겪었던 이승엽이다. 아시아홈런신기록(56호, 2003년), 통산 400홈런 등 대기록을 넘어선 값진 경험이 있다. 600홈런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마자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현재로선 걱정은 기우인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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