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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가을야구, 이중고 이겨내는 이승엽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8-23 00:50


◇지난 19일 삼성-kt전. 삼성 이승엽이 2회초 2사 1,2루 때 타석에 들어서 kt 정대현의 초구를 통타 한일 통산 597호 홈런인 중월 스리런홈런을 터뜨린뒤 배트를 받아들고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이승엽이 이중고를 버텨내고 있다. 팀은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마지막 가을야구의 끈을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승엽 개인으로는 한일통산 600홈런, 역대 최다타점신기록이라는 굵직한 이정표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삼성은 사상 최악이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2011~2014년 한국시리즈 4연패)에 빛나는 '최강 삼성'은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믿기지 않는 9위.

지난주 마흔번째 생일을 보냈던 이승엽은 팀내 최고참이지만 전력 기여도가 크다. 팀 타자들 중 두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삼성은 22일 현재 110경기를 치렀는데 박해민이 109경기에 출전했고, 이승엽은 108경기를 뛰었다. 이승엽은 스스로 "지명타자여서 후배들에 비하면 체력부담이 덜하다"고 말하지만 야구는 찰나의 순간을 웃기위해 숱한 시간을 땀으로 버텨야 하는 스포츠다. 이승엽은 한해, 한해 달라지는 나이인 점을 감안해 겨우내 체력관리에 더 신경썼다. 올시즌 타율 3할2리 23홈런 95타점을 기록중이다. 3번 구자욱-4번 최형우를 받치는 5번 타자로 묵묵히 중심타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기록에 관해선 다소 무덤덤한 이승엽이다. 이승엽이 2012년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할 때 언급했던 것은 400홈런과 2000안타였다. 400홈런은 지난해 이미 달성했고, 2000안타는 14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600홈런에 대해선 "담담하다"고 했다. 한일기록 합산이어서 공식기록이 아니기도 하고, 누구보다 수많은 기록을 남긴 '기록의 사나이' 이승엽이다. 하지만 홈런이벤트가 계속되고, 600홈런에 쏠리는 관심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미 삼성경기는 승패만큼이나 이승엽의 600홈런 레이스가 관심사다.

이승엽으로선 다소 조심스럽다. 개인기록 레이스로 인해 팀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다. 무심하려 해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속마음이다.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삼성으로선 치명적이다. 구자욱-최형우-이승엽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마운드가 허물어진 삼성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승엽은 누누이 "매타석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600홈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짐이기도 하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을야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5위권과 5게임 차다. 34게임이 남았는데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1승이 아쉬운 삼성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야구는 기록경기다. 모든 것이 기록이다. (이)승엽이 기록은 그 자체로 엄청나다. 다만 욕심을 낸다면 빨리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600홈런도 수일내로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승엽이가 잘해주고 있지만 작은 심리변화에 민감한 운동이다. 감독 입장에선 선수의 대기록이 걸렸을 때는 여러가지 고민이 많이 생기는 법"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순위다툼이 아니라면 다소 마음이 편하겠지만 여러가지 신경쓸 것이 많은 삼성, 그리고 이승엽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민타자다운 이승엽의 행보다. 억지로 쫓는다고 기록이 손에 쥐어지진 않는다. 숱한 기록도전과 아홉수를 겪었던 이승엽이다. 아시아홈런신기록(56호, 2003년), 통산 400홈런 등 대기록을 넘어선 값진 경험이 있다. 600홈런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마자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현재로선 걱정은 기우인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지난 18일 kt전. 삼성 최형우가 9회초 2사 1루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는 좌월 투런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이승엽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승엽은 곧이어 연속타자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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