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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곧 기회' 7G 무실점, 각성한 두산 불펜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8-21 05:02 | 최종수정 2016-08-21 05:10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윤명준이 8회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8.14

두산 베어스 불펜이 달라졌다. 셋업맨, 마무리가 빠지고도 경기 중후반을 버텨낸다. 아니 지금까지는, 완벽 그 자체다.

두산 구원진은 이현승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13일부터 20일까지 실점이 없다. 최근 7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점이 0인 유일한 팀이다. '임시 마무리' 윤명준, 베테랑 김성배, 우완 파이어볼러 김강률, '새 얼굴' 고봉재, 쓰임새가 많은 진야곱, 팔 각도를 내린 이현호까지. 모두 기대 이상이다. 7경기 16이닝을 나눠 맡으며 뒷문 불안을 완벽히 지웠다.

이쯤되니 그 선수들이 맞나 싶다.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기 바빴던 어린 투수들. 스트라이크와 볼이 명확히 구분돼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한 젊은피들. 기술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반기까지 우리가 알던 선수들은 분명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산 불펜을 바꾼 걸까. 누가 그들을 각성하게 한 것일까.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투수 코치를 겸하고 있는 그는 "정재훈과 이현승이 빠지면서 모두가 위기라고 했다. 선수들이 먼저 안다"며 "시즌을 치를수록 경험, 노하우가 생겼고 지금은 '형들이 없으니 내가 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보다 더 중요한 상황에서 나가다 보니 동기 부여도 됐을 것이다. 다들 책임감을 갖고 너무 잘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진야곱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03.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김성배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04.
그런데 여기서 책임감은 단순히 팀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야구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윤명준은 올스타 브레이크 때 웨딩 마치를 울렸다. 진야곱은 최근 득남을 해 아빠가 됐다. 한 코치는 "(진)야곱이한테 농담 삼아 그런다.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분유값 벌어야 된다'고. 야곱이나 (윤)명준이나 책임감이 강해진 게 보인다. 그러면서 경기 결과도 좋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펜의 무실점 행진을 논하며 선발 싸움에서 늘 우위를 점하는 5선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야수진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 추격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 등판해 적잖은 이득을 봤다는 얘기다. 20일 경기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이날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7회초까지 119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양 팀 점수는 8-3.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두산 야수들이 7회말 무려 5점을 뽑았다. 점수 차를 대거 10점으로 벌리면서 상대의 백기를 받아냈다. 그러면서 NC의 남은 공격 이닝은 무의미했다. 투수, 타자 모두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하며 다음날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제 두산 불펜은 더 강해진다. 정재훈은 없지만 마무리 이현승이 24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전망이다. 그간 청주와 인천 등 1군과 동행한 그는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100%의 힘으로 피칭이 가능하다. 한용덕 코치도 "20일 잠실에서 불펜 피칭을 했는데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 본인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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