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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김용의, 1번타자가 맞춤형 옷이었나?
특히, 두산 3연전 리드오프로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멀티히트 뿐 아니라 23, 24일 경기에서는 볼넷도 각각 1개씩 얻어내며 완벽하게 밥상을 차렸다. 이런 김용의의 활약에 양상문 감독은 "당분간 1번타자로 고정시켜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21일 넥센전에서는 2번타자로 나섰던 김용의. 하지만 이병규(7번)가 두산 3연전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할 수 없었고, 1번을 치던 박용택이 어쩔 수 없이 3번에 배치되며 김용의가 1번으로 타순이 바뀌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용의의 경우 1번으로 충분히 매력이 있는 카드다. 키가 크고 말랐으며, 타격폼도 엉성해 허점이 많아 보이지만 컨택트 능력이 생갭다 나쁘지 않다. 또, 힘도 없어 보이는데 손목 힘이 보통이 아니다. 두산전 밀어쳐 잠실을 넘긴 홈런이 이를 증명한다. 가장 큰 무기는 주력. 만화 캐릭터 '또치'라는 별명이 생겼 듯이 다리가 길어 성큼성큼 잘 뛴다.
수비도 아직 부족하다. 김용의는 1루수와 중견수로 번갈아 출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견수 자리가 더 적합하다. 다리는 빠르기 때문에, 타구 판단 등에 더 집중하면 더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다.
김용의는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야구를 해왔다. 벌써 한국 나이로 32세다. 이런 고참급 반열에 올라선 선수를 발견해낸 것이 무슨 리빌딩이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김용의는 그동안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 운동 중독자이기도 하다. 나이는 30대지만 몸과 마음은 20대 중반과 같다. 올시즌 자신의 포지션만 잘 잡는다면, 향후 5~6년은 충분히 잠실벌을 야생마처럼 누빌 수 있는 힘이 있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지금 잠깐의 눈에 띄는 활약에 본인이 안주하면 안된다. 그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와 팬들도 잠깐 페이스를 잃었을 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잘 치다가도 좌투수가 나오면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그러다 좌투수를 상대하면 '이번에 못치면 기회를 잃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의 인터뷰를 보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담겨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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