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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의 문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KBO사무국과 10개팀은 자진 신고 기간을 정해놓고 추가로 승부조작 혐의자를 찾고 있다. 또 모니터링제도, 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재발 방지 대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25일 김인식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답답한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봤다. 프로팀과 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 위원장은 현재 KBO에서 규칙위원회와 기술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야구계에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신있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주저하지 않고 강하게 말했다. "요즘 선수들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할 수 있는 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감독과 코치가 어렵겠지만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야 한다."
그는 2009년 한화 사령탑을 끝으로 프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프로팀을 맡았을 때는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이 선수들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선수들에게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강하게 얘기를 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음주운전하면 인생 망친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시대는 변했다.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은 2011년 처음 K-리그(축구)를 강타했고 이후 야구 농구 배구 같은 인기 프로 스포츠를 돌아가면서 위협하고 있다. 요즘 감독과 코치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선수단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한 베테랑 감독은 "예전엔 감독이 큰 소리 한번 내면 선수들이 죽는 시늉을 했지만 이제는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눈치를 볼 때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래도 팀에서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교육하는 게 가장 빠르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이 터지고 난 후 잘못한 선수를 색출하는걸 우선하라는게 아니다. 잘못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하라는 것이다. 그 역할을 감독과 코치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은 위엄을 갖고 잔소리로 비치지 않을 정도 선에서 교육을 하는게 맞다. 일선 현역 감독들은 팀 분위기를 고려해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는 주로 코치들의 입을 빌린다. 김 위원장은 "감독이 자주는 그렇지만 뒷전에 빠져 있을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코치들이 야구 기술만 전수할게 아니라 프로선수로서의 기본 자세를 반복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의 얘기는 프로무대와는 좀 동떨어진 것 처럼 들릴 수 있다. 다 큰 성인에다 평균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프로선수들에게 이런 기본적인 걸 말로 가르쳐야 한다는 게 어불성설 처럼 들린다. 그런데 현재 KBO리그의 실상이 이런 기본 교육을 필요로 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학생 선수들, '밥상머리' 교육부터 잡자
김 위원장은 프로무대(KBO리그)로 오기 이전 학생 신분으로서의 선수 시절부터 인성 및 도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때는 학교 다닐때 야구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세상이 복잡하고 배워야 할게 많다. 야구 지도자가 학생들에게 야구 기술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교실로 보내서 인간이 될 수 있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도자들은 학생들에게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학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식이 많지 않아 애지중지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가정에서 부모가 기본 교육을 잘 시켜서 학교로 보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의 당사자 이태양 유창식 모두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들이다. 이태양은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해 10년 이상 KBO리그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선발감이었다. 유창식도 프로입단 당시 계약금으로 7억원이나 받았던 큰 기대주였다. 그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승부조작의 굴레에 빠져들어갔다. 그들이 야구 기술이 부족해서 승부조작의 암초에 걸린 것일까. 아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범죄자가 되는 잘못된 길을 간 것이다. 야구 선수를 만들기 전에 어떤 교육을 우선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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