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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헥터 고메즈는 참 특이한 외국인 선수다.
이 기록에 대해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서 고메즈는 "참 신기한 날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사실 시즌 초반 그는 '애물단지'였다. SK 코칭스태프를 비롯, 관계자들의 애를 많이 태웠다.
타격 루트가 정해져 있는 듯 보였다. 너무 적극적이었다. 큰 스윙으로 파울을 연거푸 치면서 카운트가 몰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에 번번이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한 때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타자다. 매우 적극적이다. 이런 성향은 어쩔 수 없다. 국내리그를 경험하는 외국인 타자는 대부분 성향이 그렇다. 자신이 설정한 존에 들어오면 과감히 배트를 내민다.
야구에서 정석이다. 그런데, 국내 리그는 유인구의 비율이 높다. 리그 적응 여부가 외국인 타자 성공 여부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최소 100타석의 기회를 줘야 외국인 타자의 옥석을 가릴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고메즈에게도 그런 기회가 필요했다. 100타석을 넘어가면서 거짓말처럼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5월22일부터 7월13일까지 고메즈는 3할3푼1리를 치고 있다. .
현재 그는 2할9푼1리, 15홈런, 11도루, OPS 0.865을 기록 중이다. 6월13일 이후, 리드오프로 변신해 장타력을 겸비한 1번 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극적 변화의 요인은 분명 있다.
그는 항상 긍정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마냥 낙천적 성격으로 '재능'에 의존한 야구를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많은 생갭다는 본능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치는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최근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매우 좋다. 타석에서 인내심이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큰 스윙을 자제하고 있다. 시즌 초반 그는 절친인 나바로를 많이 의식했다. 두 시즌동안 무려 79개의 홈런을 뽑아낸 호타준족이다.
스윙 자체가 매우 컸다. 하지만, 유인구에 번번이 당하면서 자신의 스윙을 심플하게 정리했다. 장타력보다는 날카로운 컨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확도가 더욱 좋아졌다.
여기에 많은 연구를 한다. 상대 투수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참조, 자신이 쳐야할 존을 좀 더 좁게 설정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즉, 스윙 폭을 줄이고 상대 투수를 연구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례적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만큼 강렬하다. 자신의 기량과 더블어 영리한 변화와 연구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바꿀 수 있었던 모습.
그는 이제 완벽히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했다. 14일 KIA전에서는 첫 연타석 홈런도 기록했다. SK 타선에서 고메즈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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