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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과 2008년, 2010년 세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한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40)은 3할 타율을 "7번의 실패 뒤에 오는 달콤한 열매"라고 했다. 조 위원은 2003년 시즌 후반 선배 양준혁(47)과의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 위원은 "삼성 라이온즈 원정경기였는데, 당시 3할1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준혁 선배가 나를 불러 '3할과 2할9푼9리는 1리 차이지만, 정말 하늘과 땅차이다. 3할에 오르면 자부심과 성취감이 생기고, 앞으로 야구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남은 시즌 끝까지 집중해 반드시 3할을 달성해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굉장히 인상적인 조언이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3할 타율을 '타격의 예술'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3할 타율이 다소 흔해졌다. 거센 '타고투저'의 흐름속에 3할 타자가 넘쳐난다. 6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60명 중 36명이 3할 타자다.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시즌에는 7월 6일 기준으로 27명이었고, 28명이 3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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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도 비슷하다. 간판타자 민병헌와 김재환, 박건우, 닉 에반스, 김재호까지 5명이 3할을 치고 있다. '꼴찌' 한화 이글스 소속 선수로는 이용규와 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정근우가 3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에선 최형우가 홀로 3할 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구자욱과 박한이, 조동찬이 3할을 이어가고 있는데, 규정타석 미달이다.
여전히 3할 타율이 값진 결과물이긴 해도, '타율 인플레이션' 소리가 나올만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KBO리그 개인 통산 3할을 기록한 타자가 16명이 10명이 현역 선수다. 손아섭(롯데)을 필두로 김태균, 정근우(이상 한화) 이병규(9번), 박용택(이상 LG) 최형우 이승엽(이상 삼성) 이택근(넥센) 이진영(kt) 홍성흔(두산)이 3할을 유지하고 있다.
6일 현재 KBO리그 팀타율은 2할8푼9리, 팀평균자책점은 5.07.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 중 하나로 기억되는 2014년과 비슷하다. 그해 팀타율이 2할8푼9리, 팀평균자책점이 5.21이었는데, 3할 타자 36명이 나왔다. 지금같은 흐름이라면 역대 최다 3할 타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후 9차례 한시즌 20명 이상의 3할 타자가 나왔다. 지난 2006년에는 5명에 불과했다.
타고투저의 1차 원인은 타자들의 타격 능력 향상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의 신체능력이 올라갔고, 장비도 좋아졌다. 이전에 비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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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원은 "투수 능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수준급 투수가 예전에 비해 잘 안나오는 추세다. 유소년 엘리트 야구의 침체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팀별로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1~2명을 빼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했다.
'타고투저'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히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현되지 않고 있다. 조 위원은 "좋은 외국인 타자가 많이 오면서 이전에 잘 몰랐던 훈련법을 접할 때가 있다. 투수 전력이 올라올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스트라이크존 위쪽 범위를 키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현 추세라면 '타고투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3할 타자도 양산될 것 같다. 이럴 경우 타자를 평가하는 기준까지 달라질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연도별 팀타율-팀평균자책점-3할타자
연도=팀타율=팀평균자책점=3할타자
2016=0.289=5.07=36명
2015=0.280=4.87=28명
2014년=0.289=5.21=36명
2013년=0.268=4.32=16명
2012년=0.258=3.82=13명
2011년=0.265=4.14=14명
2010년=0.270=4.58=20명
※2016년 기록은 7월 6일 현재
◇올시즌 팀별 3할타자(7월 6일 현재)
NC=에릭 테임즈, 나성범, 박민우, 박석민, 이호준, 손시헌(6명)
KIA=김주찬, 브렛 필, 이범호, 나지완, 서동욱, 김호령(6명)
두산=민병헌, 김재환, 박건우, 닉 에반스, 김재호(5명)
LG=루이스 히메네스, 채은성, 박용택, 정성훈(4명)
한화=이용규, 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정근우(4명)
넥센=고종욱, 이택근, 김하성(3명)
롯데=김문호, 강민호, 황재균(3명)
SK=김성현, 정의윤(2명)
kt=이대형, 박경수(2명)
삼성=최형우(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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