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넘쳐나는 3할 타자, 어떻게 봐야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7-07 22:51


23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넥센 피어밴드와 삼성 김기태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3회 삼성 최형우가 박한이의 2루타 때 1루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밝은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최형우.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23

2016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롯데 김문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6.10.

2003년과 2008년, 2010년 세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한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40)은 3할 타율을 "7번의 실패 뒤에 오는 달콤한 열매"라고 했다. 조 위원은 2003년 시즌 후반 선배 양준혁(47)과의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 위원은 "삼성 라이온즈 원정경기였는데, 당시 3할1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준혁 선배가 나를 불러 '3할과 2할9푼9리는 1리 차이지만, 정말 하늘과 땅차이다. 3할에 오르면 자부심과 성취감이 생기고, 앞으로 야구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남은 시즌 끝까지 집중해 반드시 3할을 달성해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굉장히 인상적인 조언이었다"고 했다.

그해 조 위원은 3할7리로 생애 첫 3할 고지에 올랐다. 2003년 3할 타자가 13명이었고, 롯데 자이언츠 선수 중에선 조 위원이 유일했다. 조 위원은 "이전까지 타격이 좋은 타자가 아니었는데, 3할을 찍고나서 타자로서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뿌듯함, 지난 1년을 잘 해왔구나 하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통산 3할1푼6리, 13시즌 3할 타율, 2318안타. 최고 타자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타율 3할은 타자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이고,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매년 3할 타율을 기본 목표로 정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시절 3할 타율은 지금보다 더 귀하고, 특별했다.

누군가는 3할 타율을 '타격의 예술'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3할 타율이 다소 흔해졌다. 거센 '타고투저'의 흐름속에 3할 타자가 넘쳐난다. 6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60명 중 36명이 3할 타자다.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시즌에는 7월 6일 기준으로 27명이었고, 28명이 3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넥센 최원태와 롯데 박세웅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넥센 고종욱이 1회 롯데 박세웅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다.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고종욱.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14
요즘 KBO리그 중상위권 팀의 주전급 선수 절반 이상이 3할 타자다. 막강 타격을 자랑하는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나성범, 박민우, 박석민, 이호준, 손시헌이 3할대를 지키고 있다. 6일 kt 위즈전에 선발 출전한 KIA 타자 9명 중 김주찬, 브렛 필, 이범호, 나지완, 서동욱, 김호령 등 6명이 3할 타자였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도 비슷하다. 간판타자 민병헌와 김재환, 박건우, 닉 에반스, 김재호까지 5명이 3할을 치고 있다. '꼴찌' 한화 이글스 소속 선수로는 이용규와 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정근우가 3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에선 최형우가 홀로 3할 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구자욱과 박한이, 조동찬이 3할을 이어가고 있는데, 규정타석 미달이다.


여전히 3할 타율이 값진 결과물이긴 해도, '타율 인플레이션' 소리가 나올만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KBO리그 개인 통산 3할을 기록한 타자가 16명이 10명이 현역 선수다. 손아섭(롯데)을 필두로 김태균, 정근우(이상 한화) 이병규(9번), 박용택(이상 LG) 최형우 이승엽(이상 삼성) 이택근(넥센) 이진영(kt) 홍성흔(두산)이 3할을 유지하고 있다.

6일 현재 KBO리그 팀타율은 2할8푼9리, 팀평균자책점은 5.07.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 중 하나로 기억되는 2014년과 비슷하다. 그해 팀타율이 2할8푼9리, 팀평균자책점이 5.21이었는데, 3할 타자 36명이 나왔다. 지금같은 흐름이라면 역대 최다 3할 타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후 9차례 한시즌 20명 이상의 3할 타자가 나왔다. 지난 2006년에는 5명에 불과했다.

타고투저의 1차 원인은 타자들의 타격 능력 향상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의 신체능력이 올라갔고, 장비도 좋아졌다. 이전에 비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맞서고 있는 두산과 롯데가 위닝 시리즈를 위해 12일 잠실에서 만났다. 두산 11회말 1사 2루에서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손을 번쩍 들며 달려 나가고 있다.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06.12/
예전에는 손도 못댔던 시속 150km 강속구가 요즘에는 제구가 안 되면 난타를 당한다. 최상급 선수들의 타격능력은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아무래도 타격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투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양 위원은 "투수 능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수준급 투수가 예전에 비해 잘 안나오는 추세다. 유소년 엘리트 야구의 침체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팀별로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1~2명을 빼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했다.

'타고투저'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히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현되지 않고 있다. 조 위원은 "좋은 외국인 타자가 많이 오면서 이전에 잘 몰랐던 훈련법을 접할 때가 있다. 투수 전력이 올라올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스트라이크존 위쪽 범위를 키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현 추세라면 '타고투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3할 타자도 양산될 것 같다. 이럴 경우 타자를 평가하는 기준까지 달라질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연도별 팀타율-팀평균자책점-3할타자

연도=팀타율=팀평균자책점=3할타자

2016=0.289=5.07=36명

2015=0.280=4.87=28명

2014년=0.289=5.21=36명

2013년=0.268=4.32=16명

2012년=0.258=3.82=13명

2011년=0.265=4.14=14명

2010년=0.270=4.58=20명

※2016년 기록은 7월 6일 현재

◇올시즌 팀별 3할타자(7월 6일 현재)

NC=에릭 테임즈, 나성범, 박민우, 박석민, 이호준, 손시헌(6명)

KIA=김주찬, 브렛 필, 이범호, 나지완, 서동욱, 김호령(6명)

두산=민병헌, 김재환, 박건우, 닉 에반스, 김재호(5명)

LG=루이스 히메네스, 채은성, 박용택, 정성훈(4명)

한화=이용규, 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정근우(4명)

넥센=고종욱, 이택근, 김하성(3명)

롯데=김문호, 강민호, 황재균(3명)

SK=김성현, 정의윤(2명)

kt=이대형, 박경수(2명)

삼성=최형우(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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