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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서 하겠습니다."
두 감독은 비와 얽힌 보따리부터 풀었다. 김 감독은 "비가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경기를 강행해도 집중이 잘 안된다"고 했다. 염 감독은 "현역 시절 비만 오면 좋았다. 그날 훈련을 안해도 되니까"라며 "이 타이밍에서 잠깐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SK와 함께 우리 팀 경기수(77경기)가 가장 많다"고 했다.
대학 시절 맞붙었던 기억도 꺼내놓았다. 김태형 감독은 단국대 출신, 염 감독은 고려대 출신이다. 김 감독은 "내가 3학년 때, 염 감독이 2학년 때다. 염 감독이 타석에 섰는데 바깥쪽 한 참 빠진 공에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나도 그 공으로 삼진 콜이 나올지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자 염 감독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그러자 염 감독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두산이 선발 로테이션을 다 짜놨더라. (12~14일) NC와의 3연전은 물론 144경기 끝날 때까지 다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담도 이어졌다. "에반스가 살아난 건 우리 때문이다. 고척 경기부터 잘 쳤다"며 "김태형 감독은 우리 팀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에반스가 그러긴 했지"라고 했다.
에반스는 5월13~15일 고척 넥센전에서 11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감을 잡았다. 염 감독은 "아우, 내가 그 때 투수를 빨리 바꿨어야 하는데, 다 내 탓"이라며 더 센 농담을 날렸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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