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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살린 건 넥센", 유쾌했던 5일 합동 인터뷰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7-05 18:30


염경엽 넥센 감독(왼쪽)과 김태형 두산 감독이 5일 잠실구장에서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저도 여기서 하겠습니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두산 덕아웃에 불쑥 찾아왔다. 우천 취소된 5일 잠실 경기에 앞서서다. 시간은 오후 4시20분. 염 감독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던 도중 "오늘은 경기하기 쉽지 않겠죠? 저도 같이 인터뷰하시죠"라고 했다.

통상 원정팀 감독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마주한다.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질문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염 감독의 등장에 김태형 감독, 취재진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두 감독은 비와 얽힌 보따리부터 풀었다. 김 감독은 "비가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경기를 강행해도 집중이 잘 안된다"고 했다. 염 감독은 "현역 시절 비만 오면 좋았다. 그날 훈련을 안해도 되니까"라며 "이 타이밍에서 잠깐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SK와 함께 우리 팀 경기수(77경기)가 가장 많다"고 했다.

대학 시절 맞붙었던 기억도 꺼내놓았다. 김태형 감독은 단국대 출신, 염 감독은 고려대 출신이다. 김 감독은 "내가 3학년 때, 염 감독이 2학년 때다. 염 감독이 타석에 섰는데 바깥쪽 한 참 빠진 공에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나도 그 공으로 삼진 콜이 나올지 몰랐다"고 웃었다. 그러자 염 감독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화제는 올 시즌으로 넘어갔다. "내일 선발은 누구인지", 질문을 받고서다. 염 감독은 "우리는 오늘과 같다. 피어밴드가 나간다"며 "우리 팀은 우천 취소됐다고 선발을 바꿀 상황이 안 된다. 내일까지 경기를 못하면 그때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두산 선발은 바뀌었다. 5선발 허준혁의 등판이 다음으로 밀렸다. 김 감독은 "투수 파트 쪽에서 결정하는데 니퍼트가 나간다"라고 했다.

그러자 염 감독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두산이 선발 로테이션을 다 짜놨더라. (12~14일) NC와의 3연전은 물론 144경기 끝날 때까지 다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담도 이어졌다. "에반스가 살아난 건 우리 때문이다. 고척 경기부터 잘 쳤다"며 "김태형 감독은 우리 팀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에반스가 그러긴 했지"라고 했다.

에반스는 5월13~15일 고척 넥센전에서 11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감을 잡았다. 염 감독은 "아우, 내가 그 때 투수를 빨리 바꿨어야 하는데, 다 내 탓"이라며 더 센 농담을 날렸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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