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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라이벌이 맞긴 맞나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쇼가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이 맛에 보는 라이벌전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모험을 인정했다. 에이스 우규민의 2군 공백. 그 자리를 신예 좌완 이영재로 메웠다. 2011년 입단해 1군 출전 경험이 단 한 경기도 없는 투수. 양 감독은 "생소함"이라는 단어를 얘기하며 기적을 바란다고 했다. 안그래도 첫 1군 등판이라 벌벌 떨릴텐데, 상대가 시즌 최강팀 두산이다. 두산은 최근 타선이 폭발하며 5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상대 선발은 6승 투수 마이클 보우덴. 또, 주말 경기라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잠실에 운집했다.
이변은 없는 듯 했다. 이영재는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고 흔들렸다. 볼넷-안타-볼넷을 연달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또 자초했다. LG가 여기서 이영재를 강판시키는 강수를 뒀으나, 구원투수 최동환마저 흔들리며 LG는 두산에 1회 5점을 내줬다. 사실상 두산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듯 했다.
이번 시즌 6승1패의 좋은 성적으로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던 보우덴. 하지만 LG전 믿을 수 없는 패배로 시즌 2패째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2⅔이닝 7실점은 이번 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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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팀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는 주축 선수들이 활로를 풀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찬스에서 주눅들지 않고 방망이를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하지만 이날 LG를 살린 건 8번 타순에 배치된 유강남이었다. 포수 유강남은 5타수 4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대폭발했다. 하위 타순에서 생각지 못했던 점수가 계속 뿜어져 나오니 LG는 신이 났고, 두산은 힘이 빠졌다. 타격 뿐 아니라 중요한 순간 혼신의 주루 플레이로 쐐기점도 만들었다.
유강남은 2회와 3회 보우덴을 상대로 연속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그를 강판시켰다. 유강남이 맹활약했지만 LG는 9-5로 앞서던 6회말 불펜 난조로 3실점하며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이 때 도망가는 점수를 만든 것도 유강남. 바낀 투수 이현호를 상대로 도망가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 등장한 9번 오지환의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가 나왔을 때 전력질주로 3루까지 달렸다. 여기서 이현호의 폭투가 나왔다. 이 베이스러닝이 없었다면 손쉽게 1점을 만들 수 없었다. 11-8 리드와 12-8 리드 차이는 경기 후반 선수들의 심리를 크게 지배할 수 있다. 따라가는 쪽 의욕이 꺾이고, 앞서가는 쪽은 안정감을 얻는다. 여기서 긴장을 푼 LG 타선은 8회 4점을 더 보태며 점수차를 벌렸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