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삼성이 위닝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안정된 선발진과 타선의 힘이 좋았다. 주말 대구 3연전의 파트너 삼성에 비해 우위에 있었던 부분.
반면, 삼성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힘에서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마운드의 불안함과 부상 선수로 인한 투타의 밸런스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 저력이 있었다.
1회부터 삼성은 흔들렸다. 선발 정인욱이 좋지 않았다. 삼성 마운드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매우 불안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윤성환 외에는 확실히 믿을 만한 선발이 없다.
정인욱은 1회에만 두 개의 볼넷을 포함, 4실점했다. SK의 효율적인 득점 생산력이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세터 이명기와 조동화의 연속 안타 이후, 중심타선인 최 정과 정의윤이 신중한 승부로 연속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재원과 김성현이 연속 희생 플라이로 4점을 얻어냈다. 결정적 적시타는 박정권의 1타점 중전안타밖에 없었지만, 뽑을 점수는 다 뽑았다. 삼성이 2회 추격의 1점을 얻었지만, SK 정의윤은 3회 라이온즈 파크의 첫 장외홈런(솔로)을 터뜨리면서 기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확실히 초반 기세는 SK가 유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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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았다. 마운드는 여전히 불안했다. SK 타자들의 좋은 타격 사이클이 겹쳐지면서 매 이닝 위기를 맞았다.
안지만이 부상인 상황에서 중간계투진을 믿기는 쉽지 않았다. 최대한 선발진을 오래 끌고 가야 했지만, 선발진 역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정인욱이 5회 교체됐다. 장필준이 나섰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1-5로 뒤진 5회 초 등판하자 마자 조동화에게 몸에 맞는 볼, 최 정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삼성 수비진의 위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2사 2, 3루이 상황에서 이재원의 날카로운 타구가 우전 적시타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삼성 2루수 백상원의 그림같은 수비로 아웃. 빠졌다면 2타점 적시타였다.
그러자 5회말 삼성에게 찬스가 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SK 수비진의 뼈아픈 실책이 있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친 구자욱의 타구는 빠른 유격수 정면 타구. 병살타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김성현이 그대로 빠뜨렸다. 결국 최형우와 백상원의 적시타로 2점을 추격했다. 3-5, 삼성의 추격전.
SK는 6회에도 찬스를 잡았다. 최정민 이진석의 연속안타로 1사 1, 2루. 이명기의 안타가 레이저처럼 1루 주자 이진석을 향해 날아갔다. 결국 이진석이 타구에 맞았다. 어쩔 수 없었다. SK는 불운했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충분히 2루 주자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사 주자 1, 3루 혹은 2, 3루가 되는 상황. 그런데 순식간에 2사 1, 2루가 됐다.
그리고 조동화의 타구가 역시 1, 2루 간을 뚫는 듯 보였다. 이번에는 삼성 1루수 구자욱의 그림같은 수비가 나왔다. 결국 SK는 6회에도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무너질 수 있는 상태에서 끝내 추격전을 펼치게 만든 삼성의 강력한 수비, 반면 SK의 허술한 수비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특히, 헥터 로메로의 부상 이탈로 인해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성현은 삼성과의 3연전에서 중요한 순간 실책을 4개나 범했다. SK는 로메로가 2군 경기에 나서며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수비 포지션에서 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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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에게 찬스가 왔다.
7회 구자욱과 최형우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최대 승부처였다. 미묘한 흐름을 읽은 SK 김용희 감독은 채병용과 신재웅 그리고 박정배를 잇따라 교체, 필승계투조를 모두 쏟아부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은 과감하면서 준수했다. 삼성 타선에 따른 적절한 조치였다. 하지만, 박정배의 실투성 포크볼을 김태완이 놓치지 않았다.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됐다. 결국 전세는 삼성이 극적으로 뒤집었다. 6-5가 됐다.
경기 흐름은 완벽하게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SK이 의미있는 반격이 있었다.
스피드와 에너지가 넘치는 SK 신예 2루수 최정민이 시발점이었다. 기습번트로 1루에 출루한 최정민은 대타 최승준의 안타로 2루에 안착. 이명기의 2루수 앞 내야 땅볼 때 3루를 돌았다. 삼성 내야진은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타자 주자 이명기를 1루에서 잡지 못했다. 그 틈을 노려 최정민이 홈에 쇄도했다. 허를 찔린 구자욱은 약간 늦게 홈에 송구, 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SK 벤치에서는 합의 판정을 요청, 심판 콜을 뒤집었다. 극적인 동점 상황. SK 입장에서는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최정민의 슈퍼 플레이였다.
결국 양팀은 처절한 총력전을 펼쳤다. 마운드에는 양팀의 마무리 심창민(삼성)과 박희수(SK)가 등장했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총력전.
8회 삼성은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이승엽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10회에도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김태완의 유격수 앞 범타. SK는 이미 김태훈 전유수까지 투입하면서, 모든 불펜 자원을 사용한 상태.
흐름은 다시 요동쳤다. 삼성은 심창민이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는 상황. 하지만, 투구수 30개가 넘어서면서 힘이 떨어지는 시점이었다. 결국 선두타자 조동화의 볼넷과 최 정의 안타가 이어졌다. 무사 1, 3루에서 심창민은 결정적인 보크를 범했다. 예상치 못한 심창민의 실수로 SK가 다시 전세를 역전시키는 순간이었다. 7-6 역전. 그리고 여전히 무사 2루. 여기에서 삼성은 또 다시 의미있는 수비가 나왔다. 박정권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배영서이 다이빙 캐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삼성의 마지막 반전. 11회 말, 성의준의 볼넷에 이어 이지영이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다시 동점이었다. 그리고 배영섭과 박해민에게 연속 볼넷. 1사 만루 상황에서 결국 구자욱이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마운드의 불안과 부상 공백으로 전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던 삼성은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특히 고비마다 나온 백상원 구자욱 배영섭의 강력한 수비는 11회 역전할 수 있었던 으뜸 요인이었다.
SK는 여전히 안정적 마운드와 좋은 타선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세련된 디테일이 필요했다. 포스트 시즌에는 더욱 필요한 플레이다. 특히,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는 수비 실책은 삼성의 인상적인 디펜스와 맞물리면서 숙제로 남았다.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보완해야 할 SK의 약점이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