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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초구는 생명선이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가 결국 잘 던지는 투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 능력만 있다면 기본 10승이다.
두산 베어스 오재일(30)이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초구'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 대신 4번을 맡고 있는 그는 "주저없이 또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리면서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박철우 코치님이나 김태형 감독님이 '너의 존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돌리라'고 작년부터 주문하셨다. 최대한 그 말을 따르고 있는데, 잘 맞은 타구가 나오고 내 타격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기대 이상의 타율을 마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주까지 오재일의 타율은 정확히 4할이다. 22경기에서 28안타(70타수)를 때렸고 홈런 4방에 타점이 15개다. 초구 타율은 그보다 더 높은 0.556. 그러면서 롯데 자이언츠 김문호(0.433)에 이어 타율 부문 전체 2위다. 두산 선수 중 개막부터 꾸준한 감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타자다. 스스로도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긴 해도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잘 맞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자신감이다.
하지만 타율이나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는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오늘 경기는 오늘로 끝, 내일 경기는 내일로 끝이다"며 "매일 내 몫을 하자고 마음 먹을 뿐이다. 팀 분위기가 좋은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실 스윙이 처져 나오는 편이라 캠프 때만 되면 늘 이 부분을 고치려고 했다. 올 캠프에서도 같은 훈련을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크다. 꾸준히 선발로 나가면서 심적으로 편하게 타격하고 있다"고 웃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