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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동구장에 속은 건 확실하다.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의 홈런이 나오자 곧장 공식 트위터를 통해 비거리를 밝혔다. 444피트, 약 135m다. 이로써 9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 1호 홈런을 시작으로 5방 홈런 평균 비거리는 432피트(131.7m)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53개(평균 123.9m)의 대포를 폭발한 작년보다 8m는 더 날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박병호의 파워가 갑자기 더 세지기라도 한 걸까.
아니다. 지금의 비거리가 원래 박병호의 비거리라는 게 중론이다.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1피트(0.3m)까지 세밀하게 거리를 측정한다. 모든 구장에 특별한 추적 장치를 설치에 다양한 기록들을 얻고 있다. 예컨대,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속도, 타구의 속도, 체공 시간, 비거리 등이다. 또한 주자의 리드 폭, 야수들의 송구 스피드까지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반면 KBO리그는 과학적인 시스템이 없다.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거리를 잰다. 그것도 5m 단위로 끊어 발표한다.
우리가 목동구장에 속은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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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변화구였다. 확실히 시속 140㎞가 되지 않는 구종에는 대처가 된다.
그는 첫 홈런이 나온 9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에서 우완 호아킴 소리아의 슬라이더(127㎞)를 잡아 당겼다. 17일 LA 에인절스전에서도 사이드암 조 스미스의 슬라이더(127㎞)를 통타했다. 이후 19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체이스 앤더슨의 145㎞ 직구를 공략했고, 다시 맞붙은 20일 밀워키전에서는 타일러 손버그의 커브(125㎞)를 퍼 올렸다. 즉, 이날까지 포함해 5번의 홈런 중 4차례가 변화구를 공략한 결과다. 스피드는 145㎞가 한 번 있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140㎞ 아래였다. 아무리 예리하게 꺾이는 변화구라도 가운데로 몰린다면 좋은 먹잇감이 된다.
반면 강속구 대처는 미흡하다. 몇 년전부터 백스윙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등 나름 준비를 했지만, 아직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7회 나온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병호는 5-6이던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투수는 잭 매컬리스터. 그는 볼카운트 2B2S에서 95마일(약 153㎞)짜리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돌렸지만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자신의 헬멧을 몇 차례 때릴 만큼 아쉬운 타격이었다.
박병호는 넥센 시절에도 빠른 공을 보유한 몇몇 투수들에게 재미를 못 봤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밴덴헐크(전 삼성 라이온즈)에게 특히 약했다. 그는 2013~2014시즌 24타수 3안타, 1할 대 타율(0.125)에 삼진만 11차례 당했다. 기본적으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150㎞ 중반의 직구를 보유한 밴덴헐크는 바깥쪽 슬라이더로 유인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속구를 뿌렸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2013시즌보다 2014시즌 맞대결 성적이 낫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9타수 무안타, 이듬해엔 15타수 3안타에 홈런이 2방이다. 결국 빅리그에서도 경험이 쌓이면 강속구 대처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타격감이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150㎞ 이상의 직구를 때려 펜스를 넘기는 장면도 곧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