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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금지령' 만날 박병호, 이제 강속구도 넘길 차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4-20 14:43


어설픈 변화구는 금지. 들어가면 터진다.

이제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전력분석 리포트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에 대해 이런 문구가 들어갈 듯 하다. '130㎞ 미만 변화구 금지. 던지려면 아예 원바운드로'. 투수들도 이제는 박병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초반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홈런 기세와 그 양상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범경기가 4일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미네소타 박병호가 2회말 1사 3루에서 1타점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플로리다(포트마이어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04/
박병호는 20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아폴리스주 미네소타 타깃필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좌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비록 팀은 5대6으로 졌지만, 박병호의 홈런은 홈관중을 끓어오르게 했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홈런 레이스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11위(공동)이자 아메리칸리그 공동 7위에 올라있다. 평균비거리(430.7피트, 약 131m)는 전체 1위다. 이제는 '절대 경계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박병호를 다소 쉽게 상대해 온 것도 사실이다. 1~4호 홈런 중에서 무려 3개가 130㎞가 채 안되는 변화구였다. 또 그 중에 2개는 횡 변화를 일으키는 슬라이더였다.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비해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구종이다. 지난 9일에 나온 박병호의 1호 홈런을 보자.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우완 호아킴 소리아는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다. 시속 79마일(약 127㎞)의 슬라이더는 완전한 실투였다. 포수의 요구보다 높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쏠렸다. 이런 공은 박병호에게 탐스러운 먹잇감이나 마찬가지.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가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리며 팀내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박병호는 20일(한국시각) 미네소타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8회 네번째 타석에서 1점 홈런을 날렸다. 시즌 4호 홈런을 날린 박병호가 덕아웃에 돌아와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1호 이후 8일 뒤에 나온 2호 홈런도 비슷했다. LA에인절스 조 스미스가 볼카운트 2B2S에서 던진 5구째 슬라이더는 1호 홈런 당시와 같은 79마일의 슬라이더였다. 느린 변화구가 또 가운데로 들어왔다. 박병호에게 홈런을 거저 주는 행위다. 박병호는 이런 상대의 방심을 타깃필드 역대 최장거리 홈런(466피트, 약 142m)으로 경고했다..

3호 홈런은 직구였다. 밀워키 체이스 앤더슨이 3B1S로 몰린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이 직구는 구속이 시속 90마일, 약 145㎞에 불과했다. KBO리그의 투수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위다. 코스는 바깥쪽으로 잘 형성됐지만 박병호는 이런 공도 밀어쳐 펜스를 넘길 힘과 기술을 갖춘 타자다.

마지막 4호 홈런 때는 드디어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들어왔다. 앞서 박병호의 홈런에 관한 전력 분석이 들어간 듯 하다. 밀워키 타일러 손버그의 초구 커브 구속은 78마일(약 128㎞)이었다. 커브 치고는 빠르다. 실제로 이 공은 빠르게 날아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역시 코스가 문제였다. 박병호의 가슴 부위에서 배꼽 근처의 높이에서 변했다. 딱 스트라이크존이다. 게다가 중앙이었다. 박병호는 타이밍을 조절하며 큰 어려움없이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결론적으로 이제 각 팀의 투수들이 이런 형태의 실투성 변화구를 박병호에게 잘 안 던지게 될 듯 하다. 가능하면 정면승부보다 코너워크 승부가 예상된다. 또는 아예 95마일(약 153㎞)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박병호를 상대하기 위해 나올 수도 있다. 박병호는 아직 이런 강속구를 홈런으로 만들진 못했다. 상대투수의 볼배합 변화는 박병호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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