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변화구는 금지. 들어가면 터진다.
|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홈런 레이스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11위(공동)이자 아메리칸리그 공동 7위에 올라있다. 평균비거리(430.7피트, 약 131m)는 전체 1위다. 이제는 '절대 경계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박병호를 다소 쉽게 상대해 온 것도 사실이다. 1~4호 홈런 중에서 무려 3개가 130㎞가 채 안되는 변화구였다. 또 그 중에 2개는 횡 변화를 일으키는 슬라이더였다.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비해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구종이다. 지난 9일에 나온 박병호의 1호 홈런을 보자.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우완 호아킴 소리아는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다. 시속 79마일(약 127㎞)의 슬라이더는 완전한 실투였다. 포수의 요구보다 높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쏠렸다. 이런 공은 박병호에게 탐스러운 먹잇감이나 마찬가지.
|
3호 홈런은 직구였다. 밀워키 체이스 앤더슨이 3B1S로 몰린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이 직구는 구속이 시속 90마일, 약 145㎞에 불과했다. KBO리그의 투수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위다. 코스는 바깥쪽으로 잘 형성됐지만 박병호는 이런 공도 밀어쳐 펜스를 넘길 힘과 기술을 갖춘 타자다.
마지막 4호 홈런 때는 드디어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들어왔다. 앞서 박병호의 홈런에 관한 전력 분석이 들어간 듯 하다. 밀워키 타일러 손버그의 초구 커브 구속은 78마일(약 128㎞)이었다. 커브 치고는 빠르다. 실제로 이 공은 빠르게 날아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역시 코스가 문제였다. 박병호의 가슴 부위에서 배꼽 근처의 높이에서 변했다. 딱 스트라이크존이다. 게다가 중앙이었다. 박병호는 타이밍을 조절하며 큰 어려움없이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결론적으로 이제 각 팀의 투수들이 이런 형태의 실투성 변화구를 박병호에게 잘 안 던지게 될 듯 하다. 가능하면 정면승부보다 코너워크 승부가 예상된다. 또는 아예 95마일(약 153㎞)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박병호를 상대하기 위해 나올 수도 있다. 박병호는 아직 이런 강속구를 홈런으로 만들진 못했다. 상대투수의 볼배합 변화는 박병호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