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대에서의 완벽한 준비가 메이저리그 연착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 초반 선전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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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또한 시범경기 때 홈런을 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일 MLB.com이 선정한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 후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박병호 또한 정규시즌 개막 후 부진하다. 지난 12일까지 5번 지명타자로 꾸준히 선발 출전했지만 타율 1할4푼3리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려 12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런 탓에 1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돼 벤치를 지켰다.
반면 오승환과 이대호는 주목할만 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승환은 이미 팀의 필승조로 자리를 굳힌 분위기다. 개막 후 5경기에 나와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은 채 평균자책점 0을 이어가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0.86에 불과하다. 4⅔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4개만 허용했다. 고의4구가 1개 있다. 또 지난 1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때는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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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코리안 메이저리그 루키 4인방의 행보를 분석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확실히 일본프로야구 NPB를 거쳐 메이저리그를 밟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도 한층 손쉽게 적응하면서 본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국내 무대에서 보여준 역량 자체만으로 보면 박병호나 김현수가 이대호, 오승환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낯선 미국 무대에서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시행착오 현상을 단단히 겪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적응이 되겠지만, 문제는 현지에서 그만큼의 시간과 기회를 부여할 지 여부다. 냉정한 경쟁 사회이다보니 자칫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도태될 위험마저 있다. 김현수가 대표적으로 그런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오승환과 이대호는 이미 일본 무대에서 '낯선 무대에 적응하기'라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나 NPB는 KBO리그보다는 수준이 높고, 메이저리그에 근접해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가 있다. 때문에 그 무대에서 톱클래스의 성적을 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연착륙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오승환과 이대호가 그 가설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 마디로 오승환과 이대호는 강도높은 리허설을 수차례 치르고 난 뒤 본무대에 오른 셈이다. 결과가 그걸 말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