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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렬했던 이대호 홈런의 3대요소. 경험+배짱+노림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12:36


경험과 배짱, 그리고 노림수.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의 빅리그 커리어 첫 연장 끝내기 홈런은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부족했다면 만들어내기 어려운 홈런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이대호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준비가 돼 있었다는 뜻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14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 때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대호가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루에 대타로 나와 끝내기 투런 홈런을 친 뒤 주먹을 치켜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이대호는 14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대타로 나와 경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2사 1루에서 자신과 포지션 경쟁 중인 애덤 린드 타석에 대타로 나온 이대호는 상대 좌완 강속구 투수 제이크 디크먼의 만나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 97마일(시속 약 156㎞)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대호의 시즌 2호 홈런이자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다.

홈런이 나온 과정을 잘 음미해보면 이대호가 얼마나 많은 준비와 변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놨는지 알 수 있다.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배짱, 그리고 정확한 노림수를 바탕으로 기가 막힌 홈런을 쳤다. 경험, 배짱, 노림수는 서로 별개의 가치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우선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볼때 신인이다. 그러나 이대호를 절대 '루키'라고 가볍게 분류할 순 없다. 그는 이미 한국 무대와 일본 프로야구를 두루 거치며 양국 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톱스타다. 그리고 그 자이에 오르기까지 또 무수히 많은 좌절과 실패의 경험을 해왔다.

그런 경험은 곧 이대호의 자산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적용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이기도 하다. 이번 홈런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타이트한 동점 상황이나 연장전 상황 또는 챔피언십 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 수많은 홈런포를 터트려왔다. 가깝게는 2015년 재팬시리즈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의 이대호는 타율 5할(16타수 8안타)에 2홈런을 치며 재팬시리즈 MVP에 올랐다. 특히 팀의 4승 가운데 3경기의 결승타가 이대호의 몫이었다.

이러한 큰 경기 경험을 통해 이대호는 '언제 어느 순간이든 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배짱을 굳건히 다져왔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현재 신분은 '루키'지만, 이대호가 지닌 배짱의 크기는 이미 메이저리그 톱스타 플레이어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 덕분에 볼카운트 2S의 절대적으로 타자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대호는 홈런 스윙을 거침없이 휘두를 수 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의 배짱과 자신감 등 멘탈(정신)적인 측면을 상당히 중요시 한다. 선수나 감독의 인터뷰 또는 중계방송에서 'guts(배짱)'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에서도 기술을 완성시켜주는 결정 요소중 하나로 배짱을 강조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녔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움츠리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이대호는 풍부한 경험을 통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력한 배짱을 만들어왔다. 156㎞짜리 강속구를 볼카운트 2S에서 받아쳐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에너지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배짱이 없었다면 아무리 코스가 좋았더라도 이처럼 빠르고 정확한 스윙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14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 때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대호가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루에 대타로 나와 볼카운트 2S에서 텍사스 강속구 투수 제이크 디크먼의 97마일짜리 강속구를 받아치는 장면. ⓒAFPBBNews = News1

마지막으로 이 홈런은 이대호의 '노림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사실 이대호를 비롯해 박병호(미네소타)나 김현수(볼티모어) 등 올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한국인 타자들에게 현지에서 가장 의심하던 부분은 바로 '볼 스피드 적응력'이었다. 메이저리그는 국내 무대에 비해 평균 7~8㎞이상 빠르고, 155㎞ 근처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런 공을 제대로 쳐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타격폼을 수정해 스윙 스피드를 늘리거나 혹은 날카로은 게스히팅으로 미리 대처하는 것이다. 노림수야말로 풍부한 경험을 통해 발휘할 수 있다.

이대호는 이걸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타자다. 그는 이날 경기 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S였고, 디크먼이 빠른 공을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그래서 정확히 치려고 했는데 배트중심에 맞아 홈런이 됐다"고 밝혔다. 이대호 노림수가 적중했다는 증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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