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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40)을 재무장시키고 있다. 이승엽은 올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재계약을 했다. 스스로 은퇴시기를 못박았다. 앞으로 야구선수 이승엽을 볼수 있는 시간은 딱 2년. 이승엽은 최근 "이상하게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아프지 않으니까 야구가 더 재밌다. 홈런을 펑펑 날릴 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야구가 재밌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승엽이 그 어느때보다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아마도 현역생활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느껴서 더 그런 것 같다.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사상 첫 개인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여기에 통산타점은 1302개로 2위다. 양준혁의 최다타점기록(1389)은 올해, 아니면 내년엔 추월할 전망이다. 통산안타는 1873개. 역대로 양준혁 전준호 장성호 이병규 홍성흔이 기록한 2000안타까지는 127개가 남았다. 하지만 이는 이승엽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다.
이승엽은 타자로서는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무려 8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적응기, 도전기, 성공기, 좌절기를 거쳤다. 지바롯데와 요미우리에선 한때 최고거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일본에서만 15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일본무대 활약을 더하면 도루를 제외한 한국프로야구의 모든 타자기록을 일찌감치 갈아치웠을 것이다. 기록은 이미 초월한 이승엽이다.
고참선수들은 하나같이 마지막은 구단, 감독과 싸우는 형국을 보여줬다. 좀더 현역생활을 연장하고자 하는 고참선수와 은퇴를 종용하는 구단은 맞선다. 당장 성과를 내야하는 감독은 전관예우 대신 최선의 전력을 택한다. 젊은 선수를 택하는 것이다. 배려를 바라는 베테랑은 마음이 상한다.
이승엽은 다르다. 철저한 몸관리와 끊임없는 타격기술 연구로 지금도 당당히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대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