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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올초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우승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가을야구를 목표로 하는게 맞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시작이 중요하다. 4월 1일 고척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개막전을 치르는 롯데는 시작부터 '손승락-윤길현'을 가동할 계획이다. 두 선수가 4월 한 달 동안 필승조로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의 페넌트레이스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선발진과 중간계투진 자원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는 더는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필승조 체제가 불안감을 드러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특히 마무리 손승락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일 손승락이 시즌 초부터 들쭉날쭉한 피칭을 하게 된다면 조 감독의 불펜 운영 시나리오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겪어온 불펜진의 허약함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첫 경기였던 9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2-0으로 앞선 9회초 내야수 실책이 겹친 가운데 안타 2개를 맞고 2실점해 동점을 허용했고, 23일 넥센전에서는 5-3으로 앞선 9회말 7타자를 맞아 5안타를 맞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일단 조 감독이나 주형광 투수코치는 구위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범경기 동안 직구 스피드는 140㎞대 중반을 유지했고, 볼넷은 1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손승락 스스로도 이것저것 테스트하는 경기로 여겼지, 마운드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물론 정해진 1이닝을 완벽하게 던진 경기도 두번 있었다. 손승락은 지난 28일 미디어데이에서 "넥센전(23일)은 개막전을 앞두고 약이 된 등판이었다. 개막 첫 경기부터는 정말 세게 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승락과 같은 베테랑 투수들를 신뢰하는 것은 시범경기는 그저 연습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실제 시즌 들어서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투수들이 많고, 조 감독 역시 손승락에 대한 믿음에 흔들림이 없다. 아무리 정상급 마무리라고 해도 정규시즌서 5~6차례의 블론세이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중간은 다르다. 출발부터 삐거덕거린다면 팀 마운드 전체가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