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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추어 야구를 총괄하는 대한야구협회는 복잡한 내분 속에 최근 박상희 회장이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보선으로 이병석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반대 세력으로부터 예산(기금과실금) 전용 논란과 업무 추진비 과다 사용 등으로 공격을 받은 박상희 회장은 비난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김종업 회장 직무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 김종업 직무대행은 박상희 전 회장과 지난해 5월 회장 선거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상희 회장을 내몰았던 반대 세력에서 김종업 직무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야구협회 상임 집행부에는 박상희 회장과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물들이 대거 남아 있다. 또 김종업 직무대행은 현재 박상희 전 회장으로 경찰에 고소를 당한 처지이다. 박 전 회장은 회장 당선 이후 전임 집행부로부터 통장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협회 예산 중 10억원이 흔적 없이 증발한 걸 발견하고 김종업 부회장과 윤정현 전 전무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 회장이 물러났지만 이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다보니 김종업 직무대행의 운신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무죄추정원칙에따라 직무대행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시간상으로 촉박한 부분도 있다. 정부가 정한 종목별 통합 시한은 27일이다. 그때까지 어수선한 야구협회와 야구연합회가 통합 논의를 통해 한 명의 새로운 수장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야구연합회도 혼란스럽다. 지난 14일 대의원총회에서 이사회가 정한 박영순 회장의 통합 회장 추대가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무효 처리됐다. 한마디로 박영순 회장이 절대 신임을 받지 못했고 통합 논의 자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쪽에선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려서 서둘러 야구협회와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다른 한쪽에선 다시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상급단체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야구 단체의 통합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단체 통합을 특별한 이유없이 정한 기간 내에 못할 경우 단체 등급을 낮추고 지원금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