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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토리]박상희 떠난 야구협회, 김종업 직무대행으로 간다는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3-17 11:30


박상희 회장이 물러난 대한야구협회가 과연 산적한 과제를 제때 풀어낼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 DB

한국 아마추어 야구를 총괄하는 대한야구협회는 복잡한 내분 속에 최근 박상희 회장이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보선으로 이병석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반대 세력으로부터 예산(기금과실금) 전용 논란과 업무 추진비 과다 사용 등으로 공격을 받은 박상희 회장은 비난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현재 야구협회는 여전히 비상 상황이다. 확실한 수장이 없는 가운데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19일 개막하는 2016년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협조 속에 부랴부랴 재정 지원을 받아 열릴 수 있게 됐다. 문체부가 우선 KBO를 통해 야구협회에 주말리그를 치를 수 있는 경비를 지원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다급한 불은 진압한 셈이다.

하지만 야구협회의 난맥상은 박 회장이 물러났다고 일소된 게 아니다. 야구협회는 임시로 김종업 부회장에게 회장 직무대행을 맡기기로 결정하고, 이걸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보고 조치했다. 최근 야구협회는 대한체육회로부터 예산 전용 논란 등으로 인해 감사를 받았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야구협회를 준 사고단체로 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협회 집행부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엘리트 체육(대한체육회)과 생활체육(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방침에 있어서도 야구협회와 전국야구연합회는 순조롭지 못했다. 이미 다른 인기 스포츠 단체인 축구 농구 배구는 통합 회장을 뽑은 상황이다. 그런데 야구는 야구협회와 야구연합회가 똑같이 심각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종업 회장 직무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 김종업 직무대행은 박상희 전 회장과 지난해 5월 회장 선거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상희 회장을 내몰았던 반대 세력에서 김종업 직무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야구협회 상임 집행부에는 박상희 회장과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물들이 대거 남아 있다. 또 김종업 직무대행은 현재 박상희 전 회장으로 경찰에 고소를 당한 처지이다. 박 전 회장은 회장 당선 이후 전임 집행부로부터 통장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협회 예산 중 10억원이 흔적 없이 증발한 걸 발견하고 김종업 부회장과 윤정현 전 전무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 회장이 물러났지만 이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다보니 김종업 직무대행의 운신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무죄추정원칙에따라 직무대행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시간상으로 촉박한 부분도 있다. 정부가 정한 종목별 통합 시한은 27일이다. 그때까지 어수선한 야구협회와 야구연합회가 통합 논의를 통해 한 명의 새로운 수장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먼저 야구협회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야구연합회도 혼란스럽다. 지난 14일 대의원총회에서 이사회가 정한 박영순 회장의 통합 회장 추대가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무효 처리됐다. 한마디로 박영순 회장이 절대 신임을 받지 못했고 통합 논의 자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쪽에선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려서 서둘러 야구협회와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다른 한쪽에선 다시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상급단체인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야구 단체의 통합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단체 통합을 특별한 이유없이 정한 기간 내에 못할 경우 단체 등급을 낮추고 지원금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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