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롯데 유격수 계보, 수비좋아진 오승택이 잇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3-09 08:21


SK와 롯데의 2016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2사 1, 3루 롯데 안중열 타석 때 3루주자 오승택이 이중도루로 포수의 2루 송구를 틈타 홈인하고 있다.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3.08/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자리는 좌익수와 함께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베테랑 문규현과 신예 오승택의 대결 구도다. 전지훈련 때부터 두 선수의 경쟁 체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2002년 입단한 문규현은 지난해 유격수로 103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역할을 했다. 오승택은 62경기를 뛰었지만, 대수비로 출전한 게임도 많았다. 따라서 올해는 오승택이 문규현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8일 울산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는 오승택이 선발로 출전했다. 오승택의 성장을 간절히 바라는 조원우 감독의 마음이 담긴 기용이었다. 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유격수 경쟁에 관해 묻자 "문규현과 오승택으로 압축됐다. 아직 누굴 주전으로 쓸지는 정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서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는가"라면서 "승택이는 무조건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강조했다.

유격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타격, 주루, 수비 가운데 당연히 수비다. 아무리 타격 실력이 뛰어나도 수비가 불안한 유격수를 주전으로 쓰는 감독은 없다. 오승택은 지난해 풀타임을 뛰며 타율 2할7푼5리(327타수 90안타)에 8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15개의 도루와 57타점을 올리며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격과 주루에 있어서는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없을 만큼 활약상이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다.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폭은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송구가 불안하다.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6개의 실책을 범한 오승택은 일본 가고시마 전훈 캠프서 "작년에는 송구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렀다. 그 부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수비를 향상시키지 않고는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경기에서 오승택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비로 조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타격에서는 6번타자로 4타석 2타수 1안타 2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는 실책없이 5번의 땅볼을 모두 안정감 있게 잡아 송구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수비가 깔끔해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공격에서도 나무랄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2회말 1사 1루에서 SK 선발 문광은의 139㎞짜리 직구를 밀어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린 뒤 9번 안중열 타석때 1루주자 이우민이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사이 재빠른 동작으로 홈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강점인 베이스러닝과 빠른 판단이 돋보였다. 또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하게 했다. 9회에는 선두타자로 나가 볼넷을 얻은 뒤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팀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드는데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 유격수는 1990년대 이후 김민재(kt 위즈 코치) 박기혁(kt) 문규현이 맡아 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세대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구단 내 목소리가 높다. 오승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승택이 시범경기를 통해 수비에서 문규현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울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