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한국프로야구는 활황인가, 불황인가. FA계약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지만 다른 한쪽에선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은 모기업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고, 삼성 라이온즈는 소속이 달라지면서 포커스가 바뀌고 있다.
올해 FA계약만 보면 한국프로야구는 팽창기다. 지난해 FA 계약총액이 72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메이저리그로 떠난 최대어 김현수(볼티모어 입단 예정)와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오재원, 그리고 미계약 고영민을 제외하고도 723억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프로야구 인기는 여전하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760만 관중을 찍었다. 경기당 평균관중은 지난해 1만1302명에서 올해 1만223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경기수가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크게 늘었다. 관중이 제일 많을 시기인 5월과 6월에 몰아친 메르스 여파를 감안한다면 입장관중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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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선수단. 14년만의 우승으로 두산 베어스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도 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정수빈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2015.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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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산과 삼성의 변화 조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프로야구의 가장 아픈 부분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최근 모기업이 홍역을 앓았다. 밥캣 인수로 인한 과도한 은행 빚 부담, 중국 건설경기의 급락, 국내 건설사업 난항이 겹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재배치 명예퇴직으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던 두산그룹이 내년을 위해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이라곤 해도 불과 한달여 전에 두산그룹은 야구단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야구팬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김현수를 잡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히려 다행스런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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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서 패했지만 삼성 선수단은 승자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내년부터는 그룹 직속에서 제일기획 소속이 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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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은 모기업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운영자금의 상당액을 모기업으로부터 타다 쓰기 때문이다. 광고비 등으로 정식계약을 하지만 시장논리에 입각한 정확한 금액산정 등은 필요없다. 필요예산을 올리면 그룹에서 자회사들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할당해 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도 최근 제일기획으로 이관됐다. 통합마케팅 차원으로 알려졌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립, 자생력 강화가 핵심포인트다. FA 박석민을 NC에 내줬는데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타구단도 삼성과는 머니게임을 하지 않았다. 삼성이 잡겠다고 생각하는 FA에 눈독을 들이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변화 조짐이 분명하다.
19일 삼성은 2명의 외국인투수 영입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 투수들인데 거액 몸값은 아니었다. 앨런 웹스터는 총액 85만달러, 콜린 벨레스터는 총액 50만달러다. 비싸다고 잘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도박 혐의로 임창용을 방출시켰고, 윤성환 안지만도 처분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수는 내년 마운드 핵심이었다. KIA는 헥터 노에시를 170만달러에 영입했고,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를 190만달러에 눌러앉혔다. 이런 상황에서 올초만해도 리그 최대 큰손이었던 삼성이 2명 합쳐 135만달러에 외국인투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모기업 지원은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주식회사는 야구단이라 할지라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합리적인 지출, 실효성있는 마케팅을 통한 수익창출, 이를 통한 자생력 강화. 나머지 8개구단도 똑같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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