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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산 야수일까.
그렇다면 왜 메이저리그는 한국 타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걸까. 김현수조차 시즌 중반 "마이너리그에는 나 같은 타자가 널렸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왜 현지 반응은 정반대인 걸까.
한 마디로 '가성비'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뛰어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역시 강정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KBO리그에서 40홈런을 때린 유격수가 피츠버그에서도 중심 타선에 위치하자 한국 야구를, 또 한국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한데 강정호의 3.9는 신인치고 엄청난 수치다. 후반기 매서운 타격감을 뽐낸 메이저리그 선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3.5였다. 팬그래프닷컴의 계산법에 따르면, WAR 1이 갖고 있는 가치는 약 7~800만 달러. 피츠버그에서 4년간 1100만 달러가 보장된 강정호가 올 한해에만 2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FA 선수만큼의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현지에서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이번 오프시즌 검증된 박병호와 김현수를 잡기 위한 '영입 쟁탈전'이 벌어졌다. 또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강정호 때와 마찬가지로 구단이 실패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총액을 베팅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 선수는 쿠바나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일부 구단이 사치세를 물어가면서까지 선수 한 명에게 엄청난 돈을 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 호주프로야구를 출범시켜 지금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도 비교적 싼 값에 유망주를 키우고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한국 선수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O리그에서 슈퍼 스타로 군림한 선수들은 야구를 잘 하면서도 값이 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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