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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은 울었고, 김용국 코치는 웃겼다.
FA 최고 몸값(4년 96억원)을 경신한 박석민이 계약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났고, 많은 야구인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기 바빴다. 김용국, 김평호 삼성 코치는 "가서도 잘 하라"는 격려를 보냈다. 타 구단 관계자들도 등을 두드려줬다. 이 때문에 그는 90도 '폴더 인사'를 하느라 땀 좀 흘렸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김현수와 함께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또 가장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승엽과 나란히 붙어 앉아 시상식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던 박석민. 그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가 알던 '쿨 가이'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단상에 올라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순간 '울보'가 됐다. 팬들도 처음 접한 모습이었다. 박석민은 올해 135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144안타 26홈런 116타점 90득점으로 황재균(롯데) 마르테(kt) 허경민(두산)을 제치고 2년 연속 최고의 3루수로 우뚝 섰다. 시상식 전 "솔직히 욕심 난다. 꼭 받고 싶다"던 그는 소원 성취를 했다.
박석민은 시상식이 끝난 뒤 "삼성 생각을 하니 순간 울컥했다. 원래 눈물이 많다"며 "많은 얘기를 준비했는데 빨리 끝내라고 해서 큰일이다. 삼성 얘기만 하고 울고 내려왔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나를 환영해주신 NC 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해달라. 내가 이런 과분한 환영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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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괜찮았나요?" 이날 최고의 스타는 다름아닌 김용국 삼성 라이온즈 코치였다. 그는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 야마히코 나바로 대신 단상에 올라갔다. 이후 마이크 앞에 선 김 코치. 그야말로 '빵빵' 터졌다.
"말 안하고 그냥 내려가려고 했는데." 일단 구수한 사투리로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무뚝뚝한 표정도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시작된 셀프 디스. "나는 그렇게 오래 야구를 했어도 후보에만 오르고 상은 못 받았다. 며칠전 매니저가 대리 수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해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받게 돼 다행이다." 시상식 장소에서 집이 그리 멀지 않다던 그는 "기분 좋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 코치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나바로와 꿈에서 만난 사연. "진짜 나바로가 꿈에 나왔다. 그와는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아듣는 사이다. 나바로가 그러더라. 자신을 뽑아준 기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또 초반 성적 안 좋았을 때 믿고 기용해준 류중일 감독님께도 감사한다고 하더라. 아, 코칭스태프도 사랑한다고 했다. 선수들 얘기도 많이 했는데, 다 이해하진 못했어도 승짱(이승엽), 석민(박석민)의 이름은 알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웃음 폭탄이었다.
이처럼 환상적인 소감으로 분위기를 띄운 김 코치. 정작 자리에 돌아와서는 "아따 골든글러브 참 무겁네"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기자에게는 "분위기 괜찮았나, 팬들이 좋아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아니 내가 메모지에 다 적어왔는데, 글러브가 너무 무겁지 뭐야. 보고 읽으려고 했는데 한 손으로 들고 있다 보니 그러질 못했어. 그래도 준비한 소감과는 비슷했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면 다행이지." 진정한 팬서비스였다.
두산은 여성팬, NC는 남성팬
1000여명의 팬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두산 선수들에게는 여성 팬의 환호가, NC 선수들에겐 남성 팬의 묵직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시상식 초반 외야수 부문 후보자의 영상이 상영됐을 때다. 김현수, 민병헌의 올 시즌 경기 장면이 나오자 '캭!' 하는 환호가 쏟아졌다. 이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나성범의 차례 때는 "나성범!. 나성범!"을 연호하는 웅장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울러 두산 팬들은 김현수가 수상 소감을 전하자 "(미국에) 가지마, 가지마"라고 애교 섞인 부탁을 해 눈길을 자아냈다. 이에 김현수는 "나도 어디로 갈 지 잘 모르겠다. 오늘 (미국에 있는)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왔는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더라"며 "끝까지 응원해주세요"라고 애교 있게 소감을 마쳤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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