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트윈스맨' 박병호,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2-04 08:21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는 전형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올해 총연봉이 1억826만2500달러로 전체 19위 밖에 안된다. 그러다보니 박병호에게 거액을 안겨줄 수 없었다. 포스팅에서 1285만달러의 아시아타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입찰액을 제시받았던 박병호는 결국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계약을 해야 했다. 4년간 1150만달러가 기본 보장이고, 5년째는 구단의 옵션이 걸려있다.


29일 오후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의 계약을 위해 미국에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5.11.29.
만약 박병호가 5년째에도 계속 미네소타에서 뛰면 650만달러를 받고, 구단이 바이아웃 옵션을 시행하면 50만달러만 받게 된다. 결국 박병호는 최소 4년간 1200만달러에 5년간 보너스 옵션까지 모두 따낸다고 하면 최대 2300만달러를 미네소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계약이지만, 박병호는 씩씩하게 입단소감을 밝혔다. 3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박병호는 "분명히 아쉽지만 에이전트의 얘기를 듣고 미국으로 와서 기분 좋게 사인했다"며 "돈은 한국에 남았다면 더 많이 벌었겠지만 미국에 오기로 한 건 내 선택이다. 전혀 문제없고 빅리그 진출에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는 결국 실력과 그에 상응하는 몸값으로 평가받는 존재들이다. 박병호에게도 분명 현재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본인의 활약 여하에 따라 계약 조건이 바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선수에 대한 수정 계약이나 트레이드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일단 미네소타가 수정 계약을 제시하는 경우다. 박병호가 입단 첫 해부터 꾸준히 좋은 활약을 적어도 3년간 이어간다면 계약 기간 만료 후 몸값 폭등 및 타구단의 영입 경쟁을 미리 막기 위해 미네소타가 먼저 재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케이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간판스타 미겔 카브레라의 8년 연장계약이다. 디트로이트는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간판스타 카브레라에게 8년 연장된 새로운 계약을 제시해 붙잡았다. 8년간 2억5000만달러러를 더 주기로 했다. 카브레라는 결국 2023년까지 미네소타로부터 10년간 총액 2억9200만달러를 받게 됐다. 더구나 2024년과 2025년에도 연봉 3000만달러의 조건부 옵션까지 달렸다. 결국 최대 12년간 3억52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사상 최대의 계약이었다.

박병호도 이런 극적인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 물론 카브레라 만큼의 초대형 계약을 다시 이끌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보다 훨씬 향상된 재계약을 이끌어낼 순 있다. 기본적으로 박병호가 꾸준히 '몬스터급' 활약을 이어간다면 미네소타가 먼저 박병호를 오래 붙잡기 위해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정된 계약 내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상황은 타구단이 박병호를 데려오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빅마켓 구단은 시즌 중에도 전력 보강을 위해 활발하게 트레이드에 나선다. 박병호가 계속 거포로서의 활약을 이어가 뉴욕 양키스같은 큰 구단으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때 만약 미네소타 구단이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리빌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호재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신인 지명권을 양도받는다거나 팀의 미래를 위한 유망주를 받아오려고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박병호는 기본적으로 미네소타와 맺은 계약대로 연봉을 받은 뒤 새로운 팀에서 한층 더 좋은 입지로 향상된 조건의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이런 입지 역전은 결국 박병호의 손에 달려있다. 스스로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다면 현재보다 한층 높은 연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과연 박병호가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