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는 전형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올해 총연봉이 1억826만2500달러로 전체 19위 밖에 안된다. 그러다보니 박병호에게 거액을 안겨줄 수 없었다. 포스팅에서 1285만달러의 아시아타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입찰액을 제시받았던 박병호는 결국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계약을 해야 했다. 4년간 1150만달러가 기본 보장이고, 5년째는 구단의 옵션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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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로는 결국 실력과 그에 상응하는 몸값으로 평가받는 존재들이다. 박병호에게도 분명 현재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본인의 활약 여하에 따라 계약 조건이 바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선수에 대한 수정 계약이나 트레이드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일단 미네소타가 수정 계약을 제시하는 경우다. 박병호가 입단 첫 해부터 꾸준히 좋은 활약을 적어도 3년간 이어간다면 계약 기간 만료 후 몸값 폭등 및 타구단의 영입 경쟁을 미리 막기 위해 미네소타가 먼저 재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케이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박병호도 이런 극적인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 물론 카브레라 만큼의 초대형 계약을 다시 이끌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적어도 기존보다 훨씬 향상된 재계약을 이끌어낼 순 있다. 기본적으로 박병호가 꾸준히 '몬스터급' 활약을 이어간다면 미네소타가 먼저 박병호를 오래 붙잡기 위해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정된 계약 내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상황은 타구단이 박병호를 데려오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빅마켓 구단은 시즌 중에도 전력 보강을 위해 활발하게 트레이드에 나선다. 박병호가 계속 거포로서의 활약을 이어가 뉴욕 양키스같은 큰 구단으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때 만약 미네소타 구단이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리빌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호재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신인 지명권을 양도받는다거나 팀의 미래를 위한 유망주를 받아오려고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박병호는 기본적으로 미네소타와 맺은 계약대로 연봉을 받은 뒤 새로운 팀에서 한층 더 좋은 입지로 향상된 조건의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이런 입지 역전은 결국 박병호의 손에 달려있다. 스스로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다면 현재보다 한층 높은 연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과연 박병호가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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