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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벤치 차이는 명확했다.
1-3, 뒤집을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현실이 되는 순간. 게다가 현실로 급격히 다가왔다.
이용규의 사구, 김현수의 볼넷. 2-3이 되면서 무사 만루의 찬스. 이대호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통쾌했던 역전 2타점 적시타.
결국 한국은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일전의 역사를 살펴봐도 이런 짜릿한 승리는 없었다. 한 외신기자가 경기가 끝난 뒤 '2006 WBC 일본전 승리(당시 이승엽이 투런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뒀다)와 이번 승리를 비교할 때 어떤 승리가 더 의미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9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승리다. 때문에 이번 승리가 더 짜릿했다"고 말했다.
경기내용을 살펴보면, 충분한 근거가 있다.
고쿠바 감독은 이상했다. 7회까지 1안타만을 허용한 오타니. 한국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7회까지 투수는 단 85개였다. S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이승엽은 "일본은 6선발까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선발들은 110개까지 투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85개의 공을 깔끔하게 던지고 퇴장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여기에는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오타니를 결승에도 중간계투로 쓰기 위해 여유를 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오타니를 결승에 쓰기 위해 일부러 빨리 벤치로 불러들였나'라는 질문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 고쿠보 감독은 "오타니의 제외에 결승전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기전이다. 오타니가 벤치에 들어갔던 시점은 8회 3-0으로 일본이 리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상대의 추격의 가능성을 확실히 제거시킬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한국 타선은 오타니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현란한 볼 배합에 완전히 농락한 상태였다. 4회까지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삼았던 오타니는 5회부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내세웠다.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대비하던 한국 타선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6회부터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4강은 떨어지면 짐을 싸야 하는 단기전이다. 이런 구조를 고쿠보 감독은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 야구 관계자에 의하면 경기전 부터 고쿠보 감독은 기계적으로 '오타니가 7이닝, 니시모토가 2이닝을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타니를 벤치로 불러들이며, 위기를 자초했다.
'오타니의 덫'에 허덕이던 한국 타선은 9회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김인식 감독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는 너무나 냉정했다. 오타니의 투구 클래스와 한국 타자의 간극을 정확히 알았다. 때문에 오타니가 마운드에 올라서 있던 7회까지 별다른 작전을 내지 않았다. 아니, 내지 못했다. 출루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내심은 결실을 맺었다. 9회 대타로 나선 오재원과 손아섭이 연속 안타를 쳤다. 아껴뒀던 오재원과 손아섭 카드를 정확히 꺼내들었다. 사실 오타니에게 끌려가던 7회 안에 쓸 수 있는 카드였지만, 김 감독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결국 역전의 실마리를 완벽히 만들었다.
또 하나, 봐야할 점은 투수 운용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은 7회 무사 1, 2루의 위기를 비롯해 수많은 실점 위기가 있었다. 추가점이 나온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정말 치명타였다. 하지만, 결국 일본의 득점은 4회 3점 이후 0의 행진을 계속했다. 한국 벤치는 패색이 짙은 가운데에서도 기민한 중간계투진의 교체로 더 이상의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9회 무너졌다. 고쿠바 감독은 정근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무사 만루 상황에서 마츠오 유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무사 만루 상황. 2점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정상급 마무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20세다. 게다가 구위 자체는 오타니와 같은 특급은 아니다. 그런 그를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올린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였다. 마치, 한국에서도 포스트 시즌 등 중요한 게임에서 상황에 떠밀려 경험이 없는 투수(대부분 잠재력이 좋은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다)를 마운드에 올리는 경우다. 이 부분에 대해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은 "사실상 유망주들에게 실전의 트라우마를 씌우는 좋지 않은 기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회심의 바깥쪽 150㎞ 안팎의 패스트볼이 볼로 선언되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일본의 계투 작전은 완벽히 실책으로 판명됐다.
추가점을 내주지 않은 중간계투, 그리고 끝까지 기회를 노렸던 대타작전. 김인식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반면, 퍼펙트 피칭을 한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 단 한차례의 위기에서 미스를 거듭한 투수교체. 고쿠보 감독의 쓰린 결과물이다. 경기내용을 적나라하게 평가했다. 김인식 감독과 고쿠보 감독은 이런 차이가 있었다. 도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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