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장'이 침묵하면 강력한 공세를 퍼붓기 힘들다. 결국 앞에 나서는 이가 거침없이 달려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규는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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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가진 바 전력을 다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나 공격의 맥을 살려주면서 상대의 신경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이용규가 베스트 전력을 펼쳐야만 한다. 이제 그럴 시점도 됐거니와 무엇보다 준결승 상대 선발이 오타니라는 점도 이용규의 투지를 자극하고 있다. 분명 특유의 '악바리 근성'이 발휘될 듯 하다.
사실 이용규는 대표팀 타선에서 김인식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다. 성실한 태도와 강한 승부욕, 그리고 빠른 발에 좋은 콘택트 능력 등 장점이 많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일찍부터 정근우와 함께 이용규를 테이블세터로 생각하고 있었다. 리드오프로서 먼저 나선 것은 오히려 이용규였다.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개막전 당시에도 1번 타자는 정근우가 아니라 이용규가 맡았었다. 그러나 워낙 강력했던 오타니의 구위에 밀려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후로는 정근우가 1번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용규는 예선 라운드와 8강전이 열린 대만으로 입성한 다음부터 배탈 증세를 겪는 바람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도미니카전 선발로 빠졌다가 민병헌의 사구 부상으로 출전했고, 다음 베네수엘라전 때는 아예 휴식을 취했다. 배탈 증세는 회복됐지만, 그 여파가 계속 남아있다. 부진의 원인이었다.
준결승의 큰 무대에서 지난번 패배의 아픔을 안긴 일본에 설욕하려면 이용규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고 나가 흔들어 '국제대회 경험미숙'이라는 유일한 단점을 지닌 오타니를 뒤흔들어야 한다. 상대의 빈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자극하는 능력은 이용규가 단연 리그 최고다. 때문에 이용규가 반드시 예전의 악바리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타니 공략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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