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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상원고의 청룡기 우승, 그 뒤 남은 씁쓸함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1-17 09:30


 사진=김 용 기자

'배움, 예절, 근검'

아마추어 야구 최고 대회인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성적도 중요하지만 아마 선수로서 예절을 지키며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고 가치라는 것이 청룡기의 정신이다. 대구상원고과 제70회 청룡기를 품으며 4년 만에 영광을 누렸지만, 끝은 분명 좋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원고와 성남고의 결승전. 사실 경기 전 상원고가 유리한 경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섰다. 특히, 프로 지명을 받은 주축 3학년 선수들이 모두 출동해 공-수 전력 모두에서 성남고를 앞섰다. 경기는 예상대로 상원고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갔고, 결국 12대2 상원고가 대승을 거뒀다.

점수차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상원고 선수들은 끝까지 많은 점수를 내기 위해 상대를 몰아붙였다. 상원고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응원을 하며 경기를 즐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일부러 봐주고 하는 일은 없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고교 야구 대회에서는 경기 후 양팀 선수들이 도열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 패한 성남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나와 일렬로 줄을 섰다. 이 때 상원고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유니폼 상의를 전부 벗어 상공으로 던졌다. 우승의 기쁜 마음에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를 하는 건 괜찮다. 문제는 안그래도 속이 상할 성남고 선수들을 세워놓고, 그들을 향해 보란 듯이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세리머니를 해버렸다는 것. 인사를 나누고 기쁨을 표시해도 충분했다.

그 다음도 문제였다. 생수를 들고 나와 그라운드에서 서로 뿌리며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수많은 생수병을 그라운드에 그대로 버리고 제 할 일들을 했다. 누구 한 명 치우는 선수가 없었다. 시상식이 이어져야 해 대회 관계자들이 부랴부랴 빈 생수병을 치우느라 바빴다. 이 모습들을 지켜보던 야구 원로들은 "우승도 좋지만 저건 아니다"라며 혀를 찼다.

각종 미디어의 발전으로 어린 선수들도 일찌감치 프로 문화롤 보고 접한다. 중요한 건 겉으로 보여지는 멋있고 화려한 장면들이 프로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쭉 이어질 청룡기 대회에서는 고교 선수들이 멋진 기량을 발휘하며,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학생으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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