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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현호는 이번 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이현호는 2차전에서 1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무난히 치렀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투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구위는 까다롭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던진다면 공략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현호의 경험이 변수다.
지난 19일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이현호는 선발로 나섰다. 3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구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루 송구 실책을 비롯해 너무 급한 부분이 많았다.
이현호는 "내가 봐도 너무 급했다. 이런 여유를 찾아야 하는데 마운드에서 쉽지 않다"며 "사실 니퍼트가 내 입단동기(2011년)다. 하지만 등판간격이 짧아도 항상 여유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정규리그 3위가 달린 KIA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5⅔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마음껏 뿌렸다는 강렬함도 있었다.
팀동료들 사이에서 그의 배짱은 유명하다.
이현호는 "당시는 짧게 던지고 나와야 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욕심이 문제였다"고 했다.
3차전에도 대기한다. 만약 투입되지 않으면 4차전 선발도 가능하다. 이현호는 "NC 테임즈는 확실히 무서웠는데, 삼성 타선에 별로 집중타를 맞은 기억은 없다. 나바로도 그렇게 무섭진 않다"고 했다. 단지 상대의 도발이나 허풍이 아니라,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려는 솔직한 의지의 표현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잘 던지던 니퍼트. 5-0으로 앞선 7회 선두 타자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 타자는 이승엽. 볼카운트 1B2S에서 직구를 던져 삼진처리했다. 그런데 4구째 던진 직구가 묘했다. 포수 양의지는 몸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지만 반대 투구가 됐다. 한 가운데 높은 쪽으로 날아왔다. 이날 던진 89번째 공. 힘이 빠졌다는 방증이었다. 손이 벌어져 나오며 공을 눌러주지 못했다. 순간 양의지는 '아차' 싶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짧은 휴식만 취한 채 등판했기 때문에 교체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는 직감을 했을 테다.
당시 불펜에선 이현호 윤명준이 몸을 풀고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등판이 없는 이현호가 모처럼 출격을 앞두고 있었다. 한데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8회초 두산 야수들이 1점을 뽑았다. 한층 여유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8회말 선두 타자 이지영의 타석 때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윤명준. 몸을 거의 다 푼 이현호는 이미 8회초 허경민의 쐐기타가 나온 순간 불펜 피칭을 멈추고 벤치로 들어간 뒤였다. 그 때부터 이현승-오현택이 나란히 어깨를 달궈 놓기 시작했다.
여기서 두산 벤치는 크게 두 가지 가정을 그렸을 것이다. 우선 이현호. 4차전 선발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그를 쓰지 않으면 30일 선발로 투입할 수 있다. 경기 분위기도 완전히 두산 쪽으로 기울어져 상대 타자의 기는 죽어있는 상태. 다른 하나는 윤명준이다. 삼성 벤치에서 대타 카드를 쓸 것이지만 8회 이지영, 김상수 등 줄줄이 오른손 타자가 나오는 탓에 윤명준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이 점수 차라면 오현택을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명준은 8회 대타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또 다른 대타 배영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3B1S에서 던진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배영섭이 잘 때렸다. 후속 타자는 박한이. 그러자 벤치에 있던 이현호가 부랴부랴 불펜으로 뛰어 갔다. 이후 불펜 코치와 잠시 얘기를 주고 받더니 오현택이 잠시 자리를 비키고 이현호가 서둘러 5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이어진 투수 교체. 그는 9회 1점을 내줬지만 1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무난하게 치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채태인을 삼진 처리하며 채웠다.
앞으로 이현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용될 예정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직 4차전 선발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에 분명 확신을 얻었을 테다. 무엇보다 현재 셋업맨 함덕주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이현호의 역할이 크다. 이현호가 불안한 두산 뒷문의 '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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