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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포인트-P(피칭)]두산 불펜의 한계 우려가 현실됐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10-26 22:17


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삼성과 두산의 2015 KBO 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26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두산 유희관이 마운드를 내려가다 함덕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10.26/
8-4로 앞선 6회말 2사 1루서 김상수를 풀카운트에서 131㎞ 직구를 몸쪽 스트라이크로 꽂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유희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이 6회까지 103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유희관을 7회에도 올린 이유는 구위에 대한 믿음과 최대한 불펜을 아끼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7회 선두 박한이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왼손 함덕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주자가 나가면 투수를 바꾸겠다는 두산 벤치의 계획된 수순. 그러나 함덕주는 볼카운트 2B2S에서 8구째 대타 배영섭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어 우타자 나바로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두산은 우투수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함덕주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여전히 마무리 이현승 등 불펜 소진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현승은 이틀 전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3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진 것을 비롯해 이미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해 체력 부담이 있던 상황.

함덕주는 나바로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째 144㎞짜리 낮은 직구를 뿌리다 가운데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3점홈런을 허용했다. 두산 배터리의 선택은 유인구가 아닌 직구. 그만큼 변화구 구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함덕주는 최형우를 내야플라이로 잡고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노경은으로 교체됐다. 노경은 역시 이번 포스트시즌서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노경은이 이승엽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왼손 채태인에게 2구까지 던지는 동안 불안한 제구력을 보이자 두산은 왼손 이현승을 올려보냈다. 이현승은 8회 또는 9회 등판이 예상됐지만, 두산으로서는 7회 동점 위기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따로 없었다.

이현승은 채태인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이지영 타석에서 133㎞ 슬라이더를 던지다 폭투를 범해 2,3루에 몰렸다. 이어 이지영을 투수땅볼로 잘 유도했지만, 1루수 오재일이 송구된 공을 뒤로 빠트리는 바람에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8-9로 전세가 뒤집어졌다. 이현승을 아끼려했던 두산은 결국 허약한 불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 됐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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