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투수 권오준(35)은 과연 투수진을 하나로 끌어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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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의 투수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 에이스 선발과 리그 최고의 필승계투-마무리가 사라졌으니 거의 전력의 60%가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은 전력을 총동원해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일찌감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한다"며 힘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런 류 감독의 '잇몸 야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단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투지를 불태워야만 부족한 힘을 메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바로 '선수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투수 파트는 불안한 게 사실이다. '불법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의 직접적인 폭격을 맞은 삼성 투수진은 상당히 어수선한 상태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빠진 자리를 완벽하게 메꿀 순 없다. 류 감독은 차우찬과 심창민, 정인욱 등을 전천후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삼성 투수진은 대체적으로 젊다. 이런 초유의 악재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이로인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선수들이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 불안한 마음을 강하게 붙잡아 줄 수 있는 '맏형'이 나와줘야 한다.
25일 삼성이 제출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투수 12명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리더' 역할을 해줄 인물은 오직 권오준 뿐이다. 일단 삼성 프랜차이즈 출신 베테랑이다. 현재 삼성 투수진 가운데 가장 담대하게 위기를 극복해낼 배짱이 있다. 비록 힘과 구위는 후배 투수들에게 못 미치지만, 불펜에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는 있다.
류 감독이 올해 30경기에서 겨우 2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8.04를 기록한 권오준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력과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권오준 역시 삼성의 또 다른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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