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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잠실은 참담했다. 2대16의 두산 완패.
그 시발점은 유희관의 기용과 강판 과정이었다. 물론 선발진이 무너지면, 전세는 당연히 불리하다. 하지만 두산 벤치의 유희관 기용과 강판 타이밍은 의문을 품기 충분했다.
왜 교체 타이밍은 의문스러웠나
결과론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3차전 두산의 유희관 교체 타이밍은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했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볼끝 자체가 무뎠다. 때문에 NC 타자들은 유희관을 쉽게쉽게 공략했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1회 위기를 맞았다. 박민우 테임즈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1실점. 하지만 2사 2루 상황에서 이호준을 가볍게 처리, 위기를 넘어갔다.
2회 손시헌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 3회 박민우 김종호에게 연속 안타. 그리고 테임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강판됐다. 여기에서 볼 부분은 좌타자와 우타자의 상대 성향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이효봉 위원은 "확실히 유희관은 좌타자를 상대할 때보다 우타자를 상대할 때 여유가 있다"고 했다.
좌타자 몸쪽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면서, NC 좌타자들은 노골적으로 바깥쪽 공에 집중했다. 당연히 안타 확률이 높았다. 반면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몸쪽 패스트볼과 바깥쪽 싱커로 요리했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 2회 선두타자 이종욱은 좌타자다. 유희관은 몸쪽으로 2개의 공을 던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몸쪽 공이 컨트롤 되지 않아 가운데로 약간 쏠린 투구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이종욱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또 이호준과 지석훈 김태군 등은 여전히 유희관의 좌우 공략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유희관이 3회 강판된 상황은 좌타자에게 집중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1사 1, 3루의 위기 상황. 이때 노경은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타자는 이호준이었다. 유희관 입장에서 바깥쪽 싱커로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고, 의표를 찌르는 몸쪽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들이 있다. 노경은의 경우, 제구가 여전히 불안정하다. 즉, 위기 상황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4실점. 물론 결과만을 놓고 교체 타이밍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 자체가 유희관을 유지했다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쓰면 믿고, 믿지 않으면 쓰지 마라.
포스트 시즌을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이보다 적합한 예는 없다.
전투에서 쓰면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 유희관의 경우,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즌 막판 떨어진 구위와 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판단 근거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곤란할 듯 하다. 시즌 18승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공의 구위와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3회 위기상황이 발생하자, 유희관을 그대로 강판시켰다. 떨어진 구위로 공포스러운 NC 타선에게 집중타를 허용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결국 유희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노경은이 믿을 만한 카드는 아니다. 하지만 두산 벤치에서 중간 릴리프로 노경은만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함덕주와 이현승이 있지만, 경기 초반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두산의 필승계투조의 상황을 볼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믿었다면 선발 유희관을 좀 더 길게 가든지, 믿지 못했다면 무너질 것을 대비해 B 플랜을 확실히 세웠어야 했다.
두산 선발은 이현호가 있다. 넥센 5차전에 등판했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다. 즉, 유희관이 초반 부진할 것을 대비해 쓸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하지만, 유희관을 믿지 못했다. 그렇다고 안 쓰지도 않았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투수 기용은 결과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다. 팀내 가장 강력한 불펜인 이현승이 3차전까지 나오지 않았고, 다크호스가 될 수 있었던 이현호나 허준혁도 투입시키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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