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왕년의 국대 포수' 홍성흔 "일찍 나가 훈련해야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0-21 08:11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1사서 두산 홍성흔이 좌중월 솔로 홈런을 친 후 홈에서 환호하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8.

"일찍 나가서 훈련해야죠. 걱정 때문에 소화도 잘 안되네요."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산 베어스에 악재가 생겼다. 주전포수 양의지의 부상. 양의지는 19일 열린 2차전 경기 도중 상대 나성범이 친 파울타구에 오른 엄지발가락쪽을 강타당했다. 20일 정밀 검진 결과 엄지발가락 끝쪽에서 미세 골절 증상이 발견됐다. 21일 열리는 3차전 출전이 힘들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이라면 엔트리를 바꾸면 되지만, 포스트시즌은 한 번 제출한 엔트리를 바꿀 수 없다. 이번 두산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수는 양의지와 최재훈 뿐이다. 최재훈이 선발로 나서면 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경기 중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른다. 그러면 안되지만 최재훈이 다칠 수 있다. 또, 1~2점차 승부에서 최재훈 타석에 천금같은 찬스가 걸려 대타를 써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다. 두산에는 베테랑 홍성흔이 있다. 지명타자로 전환한지 오래지만, 홍성흔은 국가대표 출신 포수다.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다. 미트를 내려놓은 시간이 꽤 됐어도, 기본 플레이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기대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상대가 나성범 투수, 이호준 1루수 준비를 시킨다는 데 우리는 홍성흔이 포수로 들어가면 된다"는 농담섞인 발언을 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일이 실현될 조짐이다. 홍성흔이라는 대비 카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두산이 경기 운영은 확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홍성흔은 "안그래도 감독님께서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팀이 어려운 상황에 내가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야한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걱정이 안될 수 없다. 국가대표 포수였어도 2007년 중반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바꾼 뒤 8시즌 동안 마스크를 쓴 일이 없다. 홍성흔은 "공식 경기에서는 포수를 본 일이 없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해를 끼치면 안되는 일이다. 사실 양의지의 부상 상태를 나도 계속 체크했다. 골절 소식을 듣고는 소화도 잘 안된다"며 걱정을 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홍성흔은 "오늘(21일) 경기장에 일찍 나가 강인권 배터리코치님과 사인 체크도 하고, 훈련도 할 예정이다. 준비해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가 포수로 나갈 일이 없는 것이다. 그건 우리가 경기 초반부터 몰아쳐 점수차를 벌려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포수로 안나가려면 나부터 타석에서 더욱 집중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성흔은 홍성흔이다. 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쾌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홍성흔은 "아들 화철이가 그러더라. '아빠, 2루까지 공 못던지잖아'라고 말이다. 아들의 야구 보는 눈이 날카롭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