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찍 나가서 훈련해야죠. 걱정 때문에 소화도 잘 안되네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다. 두산에는 베테랑 홍성흔이 있다. 지명타자로 전환한지 오래지만, 홍성흔은 국가대표 출신 포수다.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다. 미트를 내려놓은 시간이 꽤 됐어도, 기본 플레이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기대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상대가 나성범 투수, 이호준 1루수 준비를 시킨다는 데 우리는 홍성흔이 포수로 들어가면 된다"는 농담섞인 발언을 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일이 실현될 조짐이다. 홍성흔이라는 대비 카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두산이 경기 운영은 확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홍성흔은 "안그래도 감독님께서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팀이 어려운 상황에 내가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야한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걱정이 안될 수 없다. 국가대표 포수였어도 2007년 중반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바꾼 뒤 8시즌 동안 마스크를 쓴 일이 없다. 홍성흔은 "공식 경기에서는 포수를 본 일이 없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해를 끼치면 안되는 일이다. 사실 양의지의 부상 상태를 나도 계속 체크했다. 골절 소식을 듣고는 소화도 잘 안된다"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홍성흔은 홍성흔이다. 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쾌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홍성흔은 "아들 화철이가 그러더라. '아빠, 2루까지 공 못던지잖아'라고 말이다. 아들의 야구 보는 눈이 날카롭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