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결실은 짜릿하고도 달콤했다. 1할대 타격에 그쳤지만,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를 계속 중심타선에 남겨뒀다. 기다렸다.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그리고 양의지는 결국 그 기다림 극적인 활약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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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준플레이오프 1~3차전 내내 선발 5번 타자로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때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3경기에서 겨우 8타수 1안타, 타율 1할2푼5리에 그치고 말았다. 타점은 1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두산의 전반적인 득점력 저하에는 양의지의 부진도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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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양의지가 결국에는 제 몫을 해냈다. 4차전에서 그간의 침묵을 깨끗이 만회했다.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실제 기여도는 수치상의 성적을 월등히 넘어섰다. 가장 핵심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9회초에 나왔다. 8회까지 5-9로 뒤지던 두산은 9회초 허경민의 1타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8-9로 추격했다. 상황은 계속해서 1사 1, 3루. 여기서 양의지가 타석에 나왔다.
한방으로 모든 상황을 끝냈다. 양의지는 볼카운트 1B2S에서 조상우의 5구째를 받아쳐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3루주자 장민석이 여유있게 홈을 밟아 동점이 됐고, 바뀐 좌익수 문우람의 실책을 틈타 김현수까지 들어와 10-9로 전세를 뒤집었다. 양의지는 3루까지 갔다. 그간의 침묵을 털어내는 한방이었다.
양의지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사 3루에서 최주환 타석 때 폭투가 나왔다. 발이 느린 양의지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양의지는 무섭게 질주해 홈을 찍었다. 11-9로 쐐기를 박는 점수였다.
양의지는 "그간 부진했는데, 오늘 결정적일 때 해내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었다"면서 "오늘 경기도 중요하지만 다음 라운드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2차전과 4차전에서 귀중한 세이브를 수확한 이현승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6표를 얻어 21표에 그친 팀 동료 허경민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품에 안았다. 이현승은 "기적이 현실이 됐다"며 "MVP는 내가 아닌 동료들이 이뤄낸 승리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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