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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했던 양의지, 기적의 역전승 주역이 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14 22:59


기다림의 결실은 짜릿하고도 달콤했다. 1할대 타격에 그쳤지만,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를 계속 중심타선에 남겨뒀다. 기다렸다.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그리고 양의지는 결국 그 기다림 극적인 활약으로 응답했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양의지가 9회초 1사 1,3루에서 2타점 역전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4/
양의지가 두산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때 슈퍼맨처럼 활약했다. 방망이로는 역전타를 쐈고, 발로는 쐐기 득점을 만들었다. 더할나위 없는 간판타자다운 활약이었다. 이 활약으로 두산은 8회까지 5-9로 뒤지던 경기를 11대9로 뒤집었다. 기적같은 역전승이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넥센을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양의지는 이날의 데일리 MVP가 됐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의지는 극도로 부진했다. 팀의 주전 포수로 수비에서는 여전히 빈틈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에서는 정규시즌의 모습이 아니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양의지는 타율 3할2푼6리에 20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명실상부 팀 타선의 핵심 중 하나였다.

그래서 준플레이오프 1~3차전 내내 선발 5번 타자로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때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3경기에서 겨우 8타수 1안타, 타율 1할2푼5리에 그치고 말았다. 타점은 1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두산의 전반적인 득점력 저하에는 양의지의 부진도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2-9로 뒤지던 두산이 11-9의 대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9회초 역전 2루타를 치고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 후 폭투 때 다시 홈을 밟은 두산 양의지가 환호하고 있다.
두산은 선발투수로 시즌성적 6승 1패 방어율 4.19의 이현호를 내세웠다. 넥센에서는 준PO 1차전 선발로 나왔던 양훈이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0.14/
때문에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의 부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4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지금 몸상태가 안좋다. 하지만 양의지가 나서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두산의 현실이다. 타격이 부진하지만, 주전 포수인 양의지를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은 양의지가 수비에서나마 제 몫을 하기를 바라고, 혹여나 중요한 순간 타격에서도 기여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양의지가 결국에는 제 몫을 해냈다. 4차전에서 그간의 침묵을 깨끗이 만회했다.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실제 기여도는 수치상의 성적을 월등히 넘어섰다. 가장 핵심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9회초에 나왔다. 8회까지 5-9로 뒤지던 두산은 9회초 허경민의 1타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8-9로 추격했다. 상황은 계속해서 1사 1, 3루. 여기서 양의지가 타석에 나왔다.

한방으로 모든 상황을 끝냈다. 양의지는 볼카운트 1B2S에서 조상우의 5구째를 받아쳐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3루주자 장민석이 여유있게 홈을 밟아 동점이 됐고, 바뀐 좌익수 문우람의 실책을 틈타 김현수까지 들어와 10-9로 전세를 뒤집었다. 양의지는 3루까지 갔다. 그간의 침묵을 털어내는 한방이었다.

양의지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사 3루에서 최주환 타석 때 폭투가 나왔다. 발이 느린 양의지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양의지는 무섭게 질주해 홈을 찍었다. 11-9로 쐐기를 박는 점수였다.


양의지는 "그간 부진했는데, 오늘 결정적일 때 해내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었다"면서 "오늘 경기도 중요하지만 다음 라운드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2차전과 4차전에서 귀중한 세이브를 수확한 이현승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6표를 얻어 21표에 그친 팀 동료 허경민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품에 안았다. 이현승은 "기적이 현실이 됐다"며 "MVP는 내가 아닌 동료들이 이뤄낸 승리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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