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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팅리 감독은 왜 커쇼를 5이닝만에 내렸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9-25 08:59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5일(한국시각) 홈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4회초 투구 도중 공 교체를 요구한 뒤 새로운 공을 받고 있다. 커쇼는 이날 올시즌 최소인 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AFPBBNews = News1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정규시즌서는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며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지만, 포스트시즌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커쇼는 지난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4차례 포스트시즌서 11경기에 등판해 1승5패, 평균자책점 5.12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2.44와 비교하면 '커쇼'가 맞나 싶을 정도다. 특히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포스트시즌서는 4경기서 모두 패전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내셔널리그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연속 무릎을 꿇었다.

커쇼가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한 이유에 대해 국내의 한 관계자는 "세인트루이스가 커쇼의 투구 습관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정규시즌서는 예의상 모른 척 하지만, 포스트시즌서는 그 자료를 충분히 활용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커쇼는 정규시즌 통산 세인트루이스전 성적이 15경기에서 6승5패, 평균자책점 3.18로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2경기서 1승에 평균자책점 1.93, 올시즌에도 1경기에 나가 8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거의 확정지은 가운데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동부지구 1위 뉴욕 메츠를 만날 것이 유력하다.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면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승률 1위가 확정적인 세인트루이스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커쇼가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수모를 되갚아줄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벌써부터 커쇼의 포스트시즌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커쇼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5이닝만 투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저스가 6대3으로 이겨 커쇼가 승리투수가 돼 시즌 15승을 따냈지만, 평소 커쇼에게 긴 이닝을 맡겼던 매팅리는 '두 박자' 빠른 선발교체를 단행했다. 투구수는 80개에 불과했고, 삼진은 9개를 잡아낸 커쇼였다.

0-3으로 뒤진 다저스의 5회말 공격, 선두타자 커쇼의 타순이 되자 매팅리 감독은 대타 오스틴 반스를 내보냈다. 그 순간 TV 화면에는 매팅리 감독과 커쇼가 설전을 벌이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상황상 매팅리 감독이 커쇼를 일찍 빼는 이유를 설명하고, 커쇼는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모습이었다. 승부욕이 남다른 커쇼가 5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5회 공격에서 크리스 헤이지의 만루홈런 등으로 6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어 커쇼를 승리투수로 만들어줬다.

커쇼의 올시즌 최소 투구이닝, 최소 투구수 경기였다. 왜 매팅리 감독은 커쇼를 '조기 강판' 시켰을까. 이에 대해 AP는 '커쇼가 그동안 포스트시즌서 부진을 보인 것을 염려한 다저스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투구이닝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낮 12시10분에 시작돼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3시간 21분 동안 진행됐다. 전날 야간 경기를 마치고 치른 낮 경기, 선수들이 평소와 달리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경기에 임했을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커쇼는 경기 시작과 함께 첫 9타자 가운데 5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5회까지 의욕만 넘칠 뿐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커쇼는 이날 9개의 삼진을 보태 시즌 28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300탈삼진에 19개를 남겨두고 있는데, 앞으로 남은 두 경기서 달성 가능성이 있다. 커쇼는 오는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과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등판이 남아있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10월 10일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 될 전망이다. 커쇼가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나가는데 일정상 큰 무리는 없지만, 매팅리 감독 입장에서는 투구수 조절을 해주고 싶은 심정임은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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