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선수 컨디션에 따른 결정입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이나 시즌 막판 추가 편성 일정에서 순위 싸움을 할 때. 모든 사령탑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투수진 운용이다. 효과적인 선발과 불펜 운용의 묘수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때로는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 순위 경쟁 중인 팀에 맞춰 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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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김민우가 2회 1사 1,3루에서 1타점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덕아웃에서 김기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민우.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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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의 등판 일정도 이런 방법에 맞춰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8일 광주 NC 다이노스전(3⅔이닝 6안타 4실점) 이후 13일 광주 LG 트윈스전에 나올 차례였지만, 등판을 걸렀기 때문. 5위 싸움 중인 15~16일 광주 한화전에 맞춘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단호하게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늘 '정공법'을 추구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신뢰가 간다.
김 감독은 15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양현종은 일단 16일 경기에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화전에 맞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수의 몸상태를 살펴본 뒤 코치진과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덧붙여 "만약 한화전에 맞추려고 했다면 15일 경기에 내보냈을 것이다. 또 임준혁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몸상태가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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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 스틴슨이 1회 5실점하며 강판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양현종과 심동섭(왼쪽).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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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지난 8월28일 수원 kt 위즈전 때 타구에 공을 던지는 왼쪽 손목을 맞은 바 있다. 이후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6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에이스의 예후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은 사령탑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아무리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에이스의 몸보다 중요할 순 없다. 때문에 김 감독으로서는 양현종의 등판 일정에 대해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연습 투구 내용을 면밀히 보고받고, 이대진 투수코치와 심도있게 상의한 뒤 내린 결정은 충분한 휴식을 준 뒤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8일 이후 7일을 쉰 뒤 16일에 투입하는 것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 무작정 휴식일이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다. 투구 밸런스나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타구에 맞은 뒤 몸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휴식이 보약일 수 있다. 김 감독은 "16일 등판 이후에도 다음 경기 투입에 관해서는 투수코치와 상의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날짜상으로는 16일 이후 21일 인천 SK전에 나올 수 있지만, 이 경기 투입 여부는 16일 투구 이후 컨디션을 살펴본 뒤 정하겠다는 뜻이다. 갈 길은 바쁘지만, 에이스 보호를 위해서 김 감독은 일부러 더딘 걸음을 걷고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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