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효자용병' 필 "내년에도 KIA? 제안받으면 행복할 것이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11:31


7월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 9회말 2사 만루에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때린 필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브렛 필(31)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효자 용병(외국인 선수)'이다. 올시즌 타이거즈에 필까지 없었다면? 끔찍한 상상이다. 팀 타선이 시즌 내내 저공비행을 할 때 필은 부상없이 꾸준했다. 타선이 워낙 약해 쉴 수도 없었다. 팀이 치른 124경기 중 123경기에 나섰다. 딱 1경기에 결장했는데, 이유가 있다. 조쉬 스틴슨이 선발 등판하고, 에반 믹이 중간계투로 대기하면서, 한 경기에 2명까지만 나서게 한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에 막혀 벤치를 지켰다.

9일 NC 다이노스전까지 타율 3할2푼3리(473타수 153안타), 19홈런, 90타점. 팀 내 최고 성적이다. NC 에릭 테임즈, 삼성 라이온즈 야마이코 나바로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지는데, 팀 타선 전체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빼어난 실력에 부드럽고 반듯한 인성까지 갖춰 팀 내 평판 또한 최고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92경기에서 3할9리, 19홈런, 66타점에 그쳤는데, 올해는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쯤되면 '효자 용병' 정도를 넘어 '소년 가장' 수준이다.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인터뷰룸에서 만난 필은 시즌을 되돌아보며 "100점 만점 기준으로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이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해에 비해 홈런이 줄었지만 득점권에서 좋았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우리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잡았는데, 5위를 차지하면 자연스럽게 목표가 달성된다. 남은 시즌에 더 집중하겠다."


6월1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 브렛 필의 아버지 마이클씨가 손자년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 시구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올시즌 득점 찬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득점권에서 타율 3할4푼3리(137타수 47안타), 5홈런을 기록했다. 팀 내 최다인 결승타 11개를 때렸다. 올해 팀이 짜릿한 끝내기승을 맛본 게 7번인데, 필이 이 중 3경기를 필이 끝냈다.

홈런 20~25개, 100타점. 시즌 개막 때 잡은 개인성적 목표치다. 19홈런-90타점까지 왔다. 사실상 목표 달성이다. '군계일학' 알찬 활약을 해줬지만, 아쉬움을 내비치는 타이거즈팬이 있다. 홈런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필을 이번 겨울에 교체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확실히 그를 '거포'라고 보긴 어렵다. 필도 이 부분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한시즌 최다 홈런이 25개 정도였다. KIA가 나를 선택하면서 테임즈, 나바로같은 많은 홈런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40홈런을 노리면서 홈런에 집착했다면, 다른 부분에서 성적이 떨어졌을 것이다"고 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내년 시즌을 생각해야하는 시점이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KIA가 필에게 재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필 또한 팀 잔류를 원하고 있었다.


재계약에 대한 질문에 필은 "지금은 포스트 시즌 진출, 이것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집중하겠다"면서도 "나와 우리 가족 모두 광주를 좋아한다. 팀에서 재계약을 제안한다면 행복할 것이다"고 했다.


필이 8월 2일 대전 한화전 6회초 무사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해 타이거즈에 입단한 KBO리그 2년차. 그에게 광주는 특별한 도시다. 지난해 여름 광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딸 킨리가 태어났다. 지난 7월 필은 한복을 차려입고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를 초청해 딸 돌잔치를 열었다. 지난 6월에는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마이클 필씨가 손녀를 안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2년차 광주시민 필이 광주 얘기할 때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그는 "광주가 큰 도시이지는 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다. 슈퍼마켓이든 어디든 집을 나서면 여러 사람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격려를 해준다. 길거리에서 만난 팬들이 전날 경기 활약, 홈런을 축하해줄 때도 있다. 거리에서 만난 팬을 경기장에서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홈런을 못 친다고 야유를 보낼 때도 있다.(웃음) 이런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어디를 가든 야구 자체는 똑같다고 하지만 미국과 분명히 다른 KBO리그다.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게 한국 프로야구의 에너지가 넘치는 응원 문화다. 필은 "미국에서는 지루한 경기가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팀이 지고 있는데도 팬들이 노래를 부르며 응원을 한다. 이런 열정적인 응원이 내게 열정을 불어넣어준다"고 했다.

기복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필이지만 약점이 있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사이드암, 언더핸드스로 투수에 약했다. 이런 투수 유형이 낯선 외국인 타자들에게 대체로 나타나는 일이다. 좌투수를 상대로 3할2푼2리, 우투수를 맞아 3할5푼1리를 기록했는데, 옆구리 투수에 맞서 2할3푼5리(81타수 19안타), 2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LG 트윈스 우규민에 6타수 무안타, 넥센 히어로즈 한현희에 8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9일 NC 이태양과 세차례 타석에서 만나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를 당했다. 이번 시즌 5타수 무안타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배트가 따
필은 지난 7월 동료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를 초청해 딸 킨리의 돌잔치를 열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라나와 춤을 췄다.

필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약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지난해 보다 좋아졌다"며 SK 와이번스 박종훈을 거론했다. 올시즌 박종훈을 상대로 10타수 4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설명대로 지난해(2할4푼5리, 1홈런, 11타점)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묻자 필은 류제국(LG), 윤성환(삼성)을 꼽았다. 두 선수 모두 압도적인 구위보다 제구력에 강점이 있는 투수다. 노련하게 허점을 파고든다. 뛰어난 완급조절로 타자를 공략한다. 또 좌완 김광현(SK), 장원준, 유희관(이상 두산)도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했다.

다른 외국인 타자처럼 그는 상당히 공격적인 스윙을 한다. 초구를 공략해 3할4푼4리, 볼카운트 1B에서 6할을 때렸다. 필은 "미국에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아 직구를 노렸다. 한국은 변화구 비율이 높은데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려치고 있다"고 했다.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필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