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떤 방법이든 써야한다. '혹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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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선수단 속에 깊이 배어있는 패배의식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를 하다보면 선수들의 패배 의식도 사라지고, 또 '이기는 법'을 그 과정에서 깨달을 수 있다고 김 감독은 믿었다. 그래서 더 독하게 팀을 이끌었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는 초반부터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팀 운용에 여유가 없기도 했다. 열성적인 팬들을 의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권 혁에 대한 혹사 논란이 커졌지만, 김 감독은 "팀의 사정은 밖에서 보면 모른다"고 일축해왔다.
그런 김 감독이 현 시점에 다시금 '총력전'을 강조한 것은 급박한 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시즌 중반까지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며 꽤 넉넉하게 5위 자리를 지키는 한편, 호시탐탐 그 이상까지도 노리던 한화는 지금 궁지에 몰렸다. 특히 전날(8일) 잠실 LG전에서 7대2까지 앞서나가다가 오히려 7대8로 역전패 당하면서 롯데 자이언츠에 0.5경기 차이로 밀려 6위로 떨어진 것이 김 감독의 위기감을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더 쳐졌다가는 올 한해 농사를 전부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총력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9일 잠실 LG전을 포함해 19경기를 남겨놨기 때문에 분명 지금부터 다시 치고 올라가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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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윤규진이 빠져있기 때문에 불펜 운용 계산이 자꾸 틀어진다"며 윤규진의 공백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쓰자면 지금도 (1군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겠다. 대전에서 불펜 투구를 지켜봤는데, 아직 완전치 않더라. 투구 후에 어깨도 묵직하다고 했다"며 복귀를 서두르진 않겠다고 했다. 또 박정진에 관해서도 "이제부터는 30구 이상 던지면 하루를 쉬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확실한 휴식일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총력전'과는 상반된 운용법이다. 바로 여기에 김 감독의 딜레마가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명 윤규진과 박정진은 한화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서 없어선 안될 존재들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김 감독도 적극 투입을 꺼려할 만큼 썩 좋지 않다고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요한 시점에도 투입 시기를 조율하는 한편, 휴식 간격을 보장한 것이다. 바꿔말하면 지금 무리하게 썼다가 만에 하나 큰 탈이라도 날 경우 아예 팀 전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없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김 감독은 '총력전'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일단 이들 두 명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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