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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총력전' 선언과 '선수보호'의 딜레마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06:11


"이제는 어떤 방법이든 써야한다. '혹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9회초 1사 1,2루에서 박용택에게 적시타를 맞은 박정진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다시 한번 '총력전'을 강조했다. 9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20경기 정도밖에 안 남았다. 마지막까지 왔는데, 어떤 방법이든 써서 이겨야만 한다. 이유는 필요없다. 지금 '혹사'는 말할 때가 아니다"고 남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시즌 개막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여유를 부리면서 또는 먼 미래를 그리며 시즌을 치러온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우리에게는 지금 내일이라는 게 없다. 오늘만 생각하고 간다"며 매 경기를 이기기 위해 달려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팀을 운용해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선수단 속에 깊이 배어있는 패배의식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를 하다보면 선수들의 패배 의식도 사라지고, 또 '이기는 법'을 그 과정에서 깨달을 수 있다고 김 감독은 믿었다. 그래서 더 독하게 팀을 이끌었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는 초반부터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팀 운용에 여유가 없기도 했다. 열성적인 팬들을 의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권 혁에 대한 혹사 논란이 커졌지만, 김 감독은 "팀의 사정은 밖에서 보면 모른다"고 일축해왔다.

그런 김 감독이 현 시점에 다시금 '총력전'을 강조한 것은 급박한 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시즌 중반까지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며 꽤 넉넉하게 5위 자리를 지키는 한편, 호시탐탐 그 이상까지도 노리던 한화는 지금 궁지에 몰렸다. 특히 전날(8일) 잠실 LG전에서 7대2까지 앞서나가다가 오히려 7대8로 역전패 당하면서 롯데 자이언츠에 0.5경기 차이로 밀려 6위로 떨어진 것이 김 감독의 위기감을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더 쳐졌다가는 올 한해 농사를 전부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총력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9일 잠실 LG전을 포함해 19경기를 남겨놨기 때문에 분명 지금부터 다시 치고 올라가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배영수에 이어 7회에 등판한 한화 윤규진이 롯데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9/
그런데 김 감독은 "혹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총력전'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투수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또 확실히 그었다.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재활 중인 윤규진의 복귀 시점, 그리고 향후 좌완 불펜 박정진의 등판 간격에 관해 '한 템포 쉬어가기'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 감독은 "윤규진이 빠져있기 때문에 불펜 운용 계산이 자꾸 틀어진다"며 윤규진의 공백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쓰자면 지금도 (1군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겠다. 대전에서 불펜 투구를 지켜봤는데, 아직 완전치 않더라. 투구 후에 어깨도 묵직하다고 했다"며 복귀를 서두르진 않겠다고 했다. 또 박정진에 관해서도 "이제부터는 30구 이상 던지면 하루를 쉬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확실한 휴식일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총력전'과는 상반된 운용법이다. 바로 여기에 김 감독의 딜레마가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명 윤규진과 박정진은 한화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서 없어선 안될 존재들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김 감독도 적극 투입을 꺼려할 만큼 썩 좋지 않다고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요한 시점에도 투입 시기를 조율하는 한편, 휴식 간격을 보장한 것이다. 바꿔말하면 지금 무리하게 썼다가 만에 하나 큰 탈이라도 날 경우 아예 팀 전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만약 이들이 없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김 감독은 '총력전'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일단 이들 두 명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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