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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보다는 지금까지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최선을 다했고, 또 배우고 노력하고 도전했기에 다시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2009년 시즌이 끝난 후 김현수는 타격폼을 바꿨다. 타격시 오른쪽 발을 들고 스윙 궤적을 크게 하는 폼이었다.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홈런수를 늘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실제 김현수는 2010년 지금까지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24개의 홈런을 때렸다. 타율 3할1푼7리에 타점도 89개를 올려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했다. 그렇지만 김현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홈런치는 것은 좋은데 타율이 떨어지는 것 역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홈런수와 타율을 유지할 수 있는 타격 마인드와 폼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러다보니 혼란스러워지고 타자로서의 정체성도 희미해져 갔다.
2011년 타율은 3할1리로 더 떨어졌고, 홈런은 직전 시즌의 절반 수준인 13개로 감소했다. 당시 사람들은 "김현수가 이도저도 아닌 타자가 돼가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안타 기계' 김현수의 '슬럼프'는 2012년 생애 첫 3할 미만 타율(0.291)로 이어졌다. 홈런은 7개, 타점은 65개에 그쳤다. 최악의 시즌이었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싶었던 그에게 닥친 위기의 시즌이었다. 김현수가 이날 SK전을 마치고 밝힌 소회는 이 시기를 두고 한 것이다.
2014년 김현수는 타율 3할2푼2리, 17홈런, 90타점을 때리며 '김현수다운' 시즌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5년, 김현수는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좋을 정도로 시즌 막판까지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까지 타율 3할2푼5리, 20홈런, 97타점. 지난해보다 더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타점 3개를 더 보태면 2009년 이후 6년만에 100타점 고지도 밟는다.
그는 "지금까지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라고 했다. 올시즌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이며, 동시에 힘들던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그의 타격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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