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구장. 경기전 일찌감치 훈련을 끝낸 이승엽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별로 기분이 안좋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승엽이 특별했던 것은 그의 마음이 유니폼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날에 이어 올드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은 전날과는 달리 스타킹을 유니폼 위로 올려 신는 이른바 '농군 패션'으로 나섰다. 이승엽은 대부분의경기서 스타킹을 유니폼 내에 신고 나선다. 삼성 관계자도 이승엽이 농군 패션을 한 날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이날 이례적으로 농군패션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가짐을 달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은 지난 28일 두산전과 29일 LG전서 연달아 패하며 2위 NC 다이노스에 1.5게임차로 쫓겨있다. 1∼2일엔 창원에서 NC와 2연전을 벌인다. 자칫 1위를 뺏길 수도 있는 위기인 것이다.
농군패션을 한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3회말 귀중한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팀에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3회초까지 1-9로 뒤져 삼성에겐 3연패가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1사 2루서 2번 박해민부터 5번 최형우까지 연속 4안타가 터지며 4-9로 쫓아갔다. LG 양상문 감독은 3년만의 승리투수를 바라보던 선발 김광삼을 빼고 유원상을 올렸다. 그런데 이승엽은 유원상의 초구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려 우측 담장밖으로 넘겨버렸다. 시즌 24호. 순식간에 7-9가 되면서 삼성에 희망이 보였고, 결국 4회말 나바로의 우월 솔로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후 "3회 이승엽이 2점차로 따라붙는 3점 홈런을 친게 굉장히 중요했다"고 칭찬을 했다.
이승엽은 역전에도 힘을 보탰다. 9-9 동점이던 4회말 2사 1,2루서 이승엽은 바뀐 왼손 투수 윤지웅과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8번 이지영의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12-9로 삼성이 앞서는 순간에 푸른 스타킹이 눈에 띈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타율이 높다는 것은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봐야한다"면서 "30홈런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팀이 1위를 확정할 때까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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