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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 포수 전성시대다.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가 펄펄 날고 있고, 두산 베어스 양의지와 SK 와이번스 이재원은 소속팀의 주축 타자다. 올해는 KIA 타이거즈의 '젊은 호랑이' 백용환(26)과 이홍구(25)가 공격형 포수 대열에 합류했다. 전반기에 이홍구가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7월 이후에는 백용환이 무섭다.
이홍구는 개막전부터 시즌 내내 1군을 지켰는데, 백용환은 6월 말까지 2군에 머물렀다. 7월 2일 한화 이글스전이 올해 첫 1군 경기 출전이었다. 2군에서 절치부심했던 백용환은 1군 무대에 오르자 공격 능력을 분출했다. 매서운 장타력으로 짧은 기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12일 현재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8리(71타수 19안타), 7홈런, 20타점. 안타보다 타점이 많은 게 눈에 띈다. 득점권 타율이 2할5푼. 평범한 성적이다. 그런데 득점권에 때린 5안타 중 4개가 홈런이다. 꼭 필요할 때 한방이 나왔다.
7월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더 극적이었다. 6-8로 뒤지던 9회말에 끝내기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7월 30일 SK 와이번스전 또한 백용환을 위한 경기였다. 2-4으로 뒤진 7회말 대타로 나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3회말 후배 이홍구가 1점 홈런을 때린 후 나온 홈런이다. 백용환의 이 한방으로 SK와의 3연전을 쓸어담은 KIA는 6연승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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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승부의 순간에 백용환이 있었다. 찬스에 강한 해결사.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백용환은 스스로 '강심장'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9일 NC전에서 만루 홈런을 때렸을 때 백용환은 "만루에서 땅볼만 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초구부터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실투가 나와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했다.
포지션 경쟁자인 고교 1년 후배 이홍구. 특별한 관계이지만, 둘 사이에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후배가 1군에서 주전급 활약을 할 때 2군에 있던 백용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홍구가 1군에서 잘 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도 1군에 올라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비 보강을 위해 2군에서 수비 훈련에 더 집중했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5라운드 37순위로 입단한 백용환은 이미 경찰청에서 병역의무를 마쳤다. 지난해 47경기에서 4홈런을 때렸으니 올해가 당연히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KIA 코칭스태프는 백용환과 이홍구의 경쟁구도가 반갑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48)는 "두 선수가 서로 잘 하려고 하면서 자극이 되다보니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한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하면 다른 한쪽이 더 분발을 한다"고 했다. 경쟁이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다. 김기태 감독은 '상대가 홈런을 때리면 다소 위축될 수도 있는데, 지지않겠다는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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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격력이 좋다고 해도 포수의 기본은 수비와 투수 리드. 나카무라 코치는 "현재 백용환은 공격 비중이 70%, 수비가 30%이다"고 했다. 이홍구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백용환에 비해 수비가 조금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홍구도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나카무라 코치는 "타격이 좋기 때문에 지금 수비나 투수 리드에 대해 애기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시즌이 끝나고 캠프 때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겠다"고 했다.
그는 두 젊은 포수에게 '자신감을 갖고 씩씩하게 경기에 임하라'고 강조한다. 투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면, 포수부터 씩씩해야 한다. 나카무라 코치가 경기장에서 큰 소리로 말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1군 합류 후 백용환은 양현종 전담 포수로 나서고 있다. 이홍구는 시즌 초부터 2선발 조쉬 스틴슨과 호흡을 맞춰왔다. 1,2선발 투수를 나눠서 전담하면서, 다른 경기는 컨디션에 따라 출전하고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기록이 있다. 백용환이 때린 7개의 홈런 중 5개가 양현종 등판 때 나왔다. 백용환은 이에 대해 "어느 투구와 호흡을 맞추든 투수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런데 현종이형 등판 때 홈런이 자주 나온다"고 했다.
KIA는 오랫동안 수준급 포수를 기다려 왔다. 백용환과 이홍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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