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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vs롯데, '더블 퀵후크'에 드러난 승리 의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14 23:04 | 최종수정 2015-07-15 06:41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전부 쏟아부었다. 보기 드물게 두 팀 모두 '퀵 후크'를 사용하며 '총력전'에 임했다. 양팀 벤치의 '더블 퀵후크'에서는 승리를 향한 의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마주친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첫 판부터 필승 의지를 앞세운 대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승부의 양끝에 선 상대가 모두 웃을 순 없다. 필연적으로 한쪽은 웃고, 한쪽은 웃는다. 이번에는 한화가 웃었다. 롯데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허무한 주루플레이 실수 2개로 잡을 뻔했던 승리를 날려버렸다. 14일 청주구장에서 한화가 9회말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4대3 승리를 거뒀다.


14일 청주야구장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 송승준이 5회 1사 2, 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송승준.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4
퀵 후크 vs 퀵 후크

'퀵 후크'는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의 선발 투수를 6회 전에 바꾸는 것을 뜻한다. 6회 이전의 3실점 이하는 그리 큰 데미지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선발 투수가 그런대로 자기 임무를 잘 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투수를 교체하는 건 보통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투수가 계속 마운드를 지킬 수 없을 때. 다른 하나는 벤치에서 승부처라고 판단해 일부러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바꿔 분위기 반전을 노릴 때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퀵 후크'에 담긴 뉘앙스는 두 번째 경우를 뜻한다. 벤치가 과감하게 움직여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퀵 후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의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승부처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늘 과감한 투수 교체를 감행해 재미를 봤다. 13일까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총 41번의 '퀵 후크'를 감행했다. 대신 이 방법을 쓰려면 불펜의 힘이 탄탄해야 한다. 강한 불펜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다. 한화는 박정진-윤규진-권 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박혁진 트리오'가 뒤를 든든히 받치는 팀이다. 그 덕분에 5할 승률 마진에서 13일까지 +5승을 하면서 5위를 기록했다.


14일 청주야구장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선발 탈보트가 6회 무사 1, 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탈보트.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4
반면 롯데는 KBO리그에서 퀵 후크를 적게 쓰는 팀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13일까지 총 22번의 퀵후크를 사용했다. 10개 구단 중 3번째로 적었다. 한화와는 극과 극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불펜의 힘이 그리 막강하지 않은데다, 기본적으로 레일리-린드블럼-송승준 등 '선발 3인방'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에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한 선발을 길게 끌고 갔다.

하지만 14일 경기에서는 양상이 변했다. 한화는 원래대로 초반부터 빠른 투수 교체로 승부를 이끌어갔는데, 롯데도 마치 한화처럼 빠른 타이밍에 선발을 교체했다. 롯데는 0-0으로 맞선 5회말 1사 2, 3루에서 선발 송승준을 내리고 심수창을 투입했다. 이때까지 송승준은 4⅓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 이종운 감독은 송승준이 5회에 연속 2안타를 맞으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자 이전과 달리 빠른 교체를 감행했다.


송승준의 구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더불어 여기서 더 이상의 연속안타를 맞아 대량실점을 하면 승부가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한 박자 빨리 심수창을 투입한 것이다. 하지만 심수창의 투입은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심수창은 첫 상대인 정근우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1점을 내준 뒤 김태균에게 볼넷, 그리고 대타 한상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2점째를 허용했다. 모두 송승준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그러면서 롯데는 0-2로 끌려가게 됐다.

한화의 퀵후크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탈보트가 6회초 유격수 실책과 안타 2개로 1점을 내주며 2-1로 쫓기자 김성근 감독은 박정진을 투입했다. 무사 1, 3루 상황이었다. 김 감독의 목적은 추가 실점을 막는 데 있었다. 박정진은 그러나 무사 1 3루에서 박종윤에게 내야 땅볼로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송창식이 나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 이닝을 끝냈다. 어쨌든 동점을 허용한 시점에서 한화의 '퀵후크'도 실패다.

중요한 건 두 팀이 모두 빠른 타이밍에 선발 투수를 바꿔가면서 보여준 승리에 대한 의지였다. 초반부터 상대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블 퀵후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4일 청주야구장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9회말 1사 1,2루에서 정근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는 정근우와 9회 실책성 플레이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롯데 김대륙(왼쪽)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4
디테일에서 진 롯데

이렇게 초반 서로 퀵후크를 써가며 강력한 승부욕을 보인 두 팀은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롯데가 먼저 승기를 잡는 듯 했다. 2-2로 맞선 7회초 아두치가 솔로 홈런을 터트려 3-2를 만들었다. 그대로 2이닝만 잘 마무리하면 롯데의 승리가 굳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 불펜은 1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곧바로 7회말에 동점을 허용한 것. 정근우의 유격수 쪽 내야안타에 이어 도루와 폭투로 2사 3루가 됐다. 롯데 두 번째 투수 심수창은 결국 여기서 김태균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롯데는 여기서 또 한번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 요원인 레일리를 중간계투로 투입했다. 경기 전부터 예고됐던 바다. 레일리는 한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잠재웠다. 롯데 벤치의 두 번째 승부수는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후 맞이한 두 번의 재역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우선 8회초.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의 펜스 직격타가 터졌다. 그런데 1루에 있던 손아섭이 3루를 지나쳐 오버런을 하는 바람에 태그 아웃당했다. 3루에서 멈췄더라면 충분히 이후 득점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이 아웃으로 롯데는 귀중한 득점 기회를 놓쳤다.

허무한 주루플레이는 9회에 또나왔다. 1사 후 대타 김주현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 김대륙으로 교체됐다. 그런데 김대륙이 후속 타자 아두치의 좌익수 뜬 공때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했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는지 2루로 뛰어갔다. 심지어 3루까지 가려고 했다. 한화 야수진은 손쉽게 공을 1루로 송구해 미처 귀루하지 못한 김대륙을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동점으로 팽팽한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도저히 나와서는 안될 행동이었다. 결국 이런 부주의에서 롯데는 지고 말았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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