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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테임즈, 이제는 홈런 라이벌이 됐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7-15 13:52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라이벌은 실력이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을 때 '라이언킹' 이승엽은 타이론 우즈에게 참패를 당했다. 장종훈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깨며 42홈런을 친 우즈에게 이승엽은 38홈런에 그쳐 왕좌를 내줬다. 그 해부터 이승엽의 라이벌은 우즈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듬해 54홈런을 때렸다. 우즈는 2002년을 끝으로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 이승엽의 훌륭한 라이벌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홈런왕 4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병호는 지난 2012년 31홈런으로 생애 처음으로 거포 왕관을 차지했고, 이듬해 37홈런, 지난해 52홈런을 때리며 이승엽의 계보를 잇는 거포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동안 그에게는 라이벌이 없었다. '무혈 입성'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홈런 관한한 박병호는 '최고'였다.

14일 현재 박병호는 28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가 똑같이 28홈런을 쳤다. 이날 테임즈는 SK와의 홈경기에서 1회말 역전 투런홈런을 날렸고, 박병호는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투런홈런을 날렸다.

지금의 페이스와 팀이 치른 경기수를 적용하면 테임즈는 50홈런, 박병호는 48홈런을 칠 수 있다. 박병호와 테임즈가 가지고 있는 장타 실력을 놓고 보면 홈런 2위 그룹인 삼성 최형우와 나바로,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이상 24홈런)는 선두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테임즈는 7월 들어 방망이가 연일 폭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SK전까지 최근 4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7월 들어 치른 8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6월 중순 이후 강민호, 나바로가 주도했던 홈런 경쟁을 자신과 박병호의 경쟁으로 만들었다. 박병호는 7월 11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두 선수 모두 홈런 싸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홈런왕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박병호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테임즈는 이날 28호 홈런을 친 뒤 "박병호가 좋은 선수라 같이 경쟁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홈런 갯수나 레이스에 신경쓰지 않지만, 내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전자' 테임즈의 솔직한 표현이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호세와 두산 베어스의 '전설' 우즈가 꼽힌다. 테임즈는 지난해 37홈런을 기록해고, 2년차인 올시즌에는 50홈런을 바라보는 간판 거포가 됐다. 호세와 우즈보다 뛰어난 타격 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테임즈는 역대 최고 장타율 기록도 넘보고 있다. 이날 현재 7할7푼8리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프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세운 7할4푼을 뛰어넘을 기세다.

박병호 입장에서는 수준 높은 라이벌을 만난 셈이다. 4~5월 홈런 레이스에서 출발이 늦었던 박병호는 6월에 9개의 아치를 그리며 선두권에 진입했고, 7월 들어서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는 여름에 몰아치는데 능해 지금의 페이스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에서도 두 선수는 우열을 판단하기 힘들다. 이날 현재 테임즈는 3할5푼3리, 박병호는 3할4푼5리의 타율로 타격 2,3위에 랭크돼 있다. 박병호와 테임즈의 홈런 경쟁이 치열한 순위 싸움 못지 않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창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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