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날카로운 '전가의 보도'라도 자주 휘두르면 무뎌진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칼'도 꺼내들 필요가 있다. 비장의 보도를 아끼는 동시에 상대의 허를 역으로 찌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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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술·전략'에 관한 이야기라면 조금 달라진다. '박정진-윤규진-권혁', 이른바 '박규혁 트리오'가 현재 한화에서 내밀 수 있는 최적의 필승 카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세 선수의 조합은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특급 임팩트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화는 최근 선발 투수가 5이닝 정도만 버텨주면 어김없이 '박규혁 트리오'가 가동되곤 한다. 그렇게 이긴 경기가 많다. 또는 5이닝 이상 길게 던졌을 때, 이들 중 두 명 정도가 등판하는 패턴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나설 때마다 이기는 건 아니다. 때로는 동점, 역전도 허용할 수 있다. 아무리 '필승조'라고 해도 100% 승률을 기록하는 건 아니기 때문. 최근 이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지난 1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3에서 박정진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윤규진이 8회말에 결승 솔로홈런을 얻어맞아 패했다. 2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도 3-3으로 맞선 7회말 1사 1루에서 박정진의 위에 나온 윤규진이 2점홈런(최 정)-1점홈런(이재원)을 연달아 얻어맞았다. 한화 타선이 8회초 6-6 동점을 만들었는데, 8회말에 나온 권 혁이 9회말 2사후 박진만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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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송창식의 선발 전환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 역시 이런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송창식만한 투수가 없다. 그런 투수를 찾는 게 숙제"라면서 고민을 거듭한다. 송창식이 필승조의 한 축에 있었다면 조금 더 다양한 기용 패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사라진 지금은 '제2의 송창식' 역할을 할 투수를 만들어야 만 한다. 바로 '플랜 B'를 찾는 일이다.
어차피 '박규혁 트리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패턴 조합은 이미 다 노출됐다. 하지만 만약 이 중간에 하나의 변수만 더 첨가된다고 해도 상대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마치 투수가 새 구종을 개발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기는 것처럼, 새로운 인물이 한화 필승조에 가세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건 김 감독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확신'을 김 감독에게 심어줄 만한 투수가 없다는 점. 필승조 3인방에 비해 다른 불펜진의 기량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플랜B의 개발을 더 미룰경우 필승조의 몰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조금 더 굳은 신뢰를 갖고 새 얼굴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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