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가 필요하면 영수를 선발로 내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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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후 3시부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굵어지더니 오후 4시가 넘어서는 장마철에나 볼 법한 집중 폭우로 바뀌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시야마저 뿌옇게 가릴 정도. 비가 처음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부근에 방수포를 덮었지만, 그걸로 커버할 수 없을 비가 쏟아졌다. 결국 오후 4시30분경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다.
올해 유난히 심한 가뭄 현상을 감안하면 상당히 반가운 비다. 하지만 프로야구 일정을 생각하면 이날의 우천 취소가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일정이 뒤로 밀릴수록 좋을 게 없다. 그렇지만 한화 선수단은 이날의 우천 취소를 몹시도 반기고 있었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총력전 모드로 쉴 새없이 경기를 하느라 체력과 집중력이 바닥권까지 내려와 있었기 때문. 이런 타이밍의 우천 취소는 달콤한 휴식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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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우천 취소에는 조금 흥미롭고 특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바로 배영수와 비의 연관성이다. 이날 선발로 예정된 투수가 배영수였는데, 올해 공교롭게도 배영수의 선발 예정 경기에서 우천 취소가 많았던 것. 이날 취소를 포함해 3번이나 된다. 팀 전체 우천 취소 중 3번이 배영수 선발 경기였던 것. 4월16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과 4월1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때도 배영수가 선발 예고됐다가 취소된 바 있다.
때문에 배영수는 이날 비내리는 그라운드를 보며 "또 내가 선발 나간다고 하니까 비가 오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라고 푸념했다. 그러나 표정은 밝아보였다. 한편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성근 감독은 "앞으로 우천 취소가 필요할 때마다 배영수를 선발로 내야겠다. 배영수가 '비'영수네"라며 껄껄 웃었다. 우천 취소로 팀이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된 것이 몹시도 반가운 듯 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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