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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1군에 합류한 KIA 타이거즈 우완 투수 김진우(32). 보직 얘기가 나왔을 때 김기태 감독은 선수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선수 기용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표를 뽑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표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다시 대기표를 뽑아서 뒤로 가 줄을 서야 한다"며 열심히 준비한 선수, 노력한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
그랬던 김진우가 366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안타 1실점 호투를 펼치고 승리투수가 됐다.
초반 흔들리는 듯 했으나 안정을 찾았고, 삼진 8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개만 내줬다. 지난해 6월 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승리를 챙긴 후 1년 만의 선발승이다. 상대가 '천적' 삼성이었기에 호투가 더 커보였다. KIA는 전날 열린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2대10으로 대패했다. 선발 유창식이 난타를 당하고 조기강판됐다.
팀 리빌딩을 진행중인 KIA는 성적을 쫓으면서 세대교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올시즌 1군 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20명이나 된다. 최근 몇 년 간 마운드 불안으로 고전했는데, 올해는 이전보다 확실히 안정을 찾았다. 양현종 윤석민 조쉬 스틴슨 심동섭 등 일부 주축 선수를 제외하고 많은 선수가 1,2군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러 선수를 기용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2군 선수들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김진우까지 총 11명이 선발을 경험했다. 선발진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폭 넒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병현과 서재응 등 베테랑 투수들도 1~2군 엔트리를 오가며 선발로 뛰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과 함께 김진우 같은 기존 선수들이 해줘야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년 간 KBO리그 9개 팀 중 8위에 그친 KIA다. 당장 포스트 시즌 진출은 어렵더라도 쉬운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해줘야 한다. 현재 KIA는 이런 기준으로 보면, 상당힌 만족스러운 길을 가고 있다.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김진우이 해줘야할 역할이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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