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01'번. 생소한 번호의 선수가 거함 삼성을 무너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전날까지 7경기서 20타수 4안타에 그쳤지만 10일은 달랐다. 삼성 좌완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2회초 첫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신성현은 4회초 두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국내 야구팬들에게 정확히 알렸다. 0-1로 뒤진 4회초 무사 만루서 타석에 선 신성현은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한가운데로 들어온 146㎞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자신의 5번째 안타가 데뷔 첫 홈런이 됐고, 그것이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빠른 직구만 노리고 타석에 섰다. 가운데로 오라고 마음속으로 바랐다"는 신성현은 "친 뒤에 '넘어가라'속 속으로 외치면서 뛰었다. 그라운드를 돌 땐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첫 홈런의 소감을 말했다.
신성현은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지명돼 뛰었던 특이한 이력의 선수다. 서울 덕수중을 졸업한 뒤 일본 교토국제고로 진학해 일본에 야구 유학을 간 신성현은 고교시절 30홈런을 치며 일본 프로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2008년 가을 신인 드래프트 때 히로시마에 4라운드에 지명돼 계약금 2000만엔을 받으며 일본에서의 성공을 꿈꿨지만 녹록지 않았다. 한번도 1군무대를 밟지 못하고 2013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한국에 왔고 김성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고양 원더스에 입단한 것. 지난해 8월에 열린 신인 지명회의에 응시했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던 신성현은 김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기회를 얻었다. 육성선수로 한화에 온 신성현은 5월 27일 정식 선수로 등록됐고, 30일엔 롯데전에 출전했다.
"한화에 와서 기술적으로 좋아지고 있고 심적인 부분에서도 예전엔 못하면 다운됐었는데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는 신성현은 "앞으로도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역대 15번째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신성현. 새로운 육성선수 출신 신화를 남길지 주목된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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