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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을 에이스로 복귀시킨 건 '자신감'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6-10 06:59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해져 있었다. 불안감을 이겨내고, 할 수 있다고 마음 먹었다."

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살아났다. 첫 선발승보다 고무적인 건 그 내용과 정신적인 측면이었다.

이재학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선발승이다. 6이닝 동안 단 85개의 공만을 던지면서 4사구 없이 5피안타 6탈삼진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9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NC는 시즌 성적 1승 2패, 방어율 3.69의 이재학을 선발로 내세웠다. SK에서는 1승 2패, 방어율 3.60의 박종훈이 선발등판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09/
이재학의 피칭은 적어도 지난해 만큼의 위력을 보였다. 사실 올 시즌 이재학은 떨어진 직구 구위와 밸런스 문제로 고전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난조가 거듭되면서 중간계투로 나서기도 했고, 그럼에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엔트리에서 말소되기에 이르렀다. 선발로 복귀한 지난달 14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20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했지만,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시 2⅓이닝 무실점으로 부진했고, 2군에 내려가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에게 선발투수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걸맞은 이닝 소화력을 원했다.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크게 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이재학을 로테이션에서 빼면서까지, 정신력을 재무장하고 오길 바랬다.

이재학은 1군 복귀전에서 김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5이닝 3실점 정도만 해주면 좋겠다. 불펜도 쉬었고, 오늘 타자들의 모습도 좋다. 그 정도면 우리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야구가 말보다 어렵다는 게 3년 연속 10승이나 3할이 쉬운 게 아니다. 재학이도 2년 연속 10승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되서 야구를 앞으로 하는데 있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9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NC는 시즌 성적 1승 2패, 방어율 3.69의 이재학을 선발로 내세웠다. SK에서는 1승 2패, 방어율 3.60의 박종훈이 선발등판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09/
이날 이재학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김 감독이 기대한 수치를 훌쩍 뛰어넘어줬다. 선발투수로서 불펜진 운용에 숨을 틔워줄 수 있는 기준점, 6이닝을 채운 것이다.


더 놀라운 건 4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 김 감독이 지적했던 지나치게 많은 볼넷과 투구수가 개선된 것이다.

또한 최고 142㎞의 직구를 거침없이 뿌렸다. 그동안 보여준 투구 밸런스 문제는 없었다. 직구 구위가 살아나자,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다시 배가됐다. 직구와 똑같은 팔각도에서 나와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이재학의 전매특허가 되살아났다.

이날 85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은 직구 49개, 체인지업 36개로 평소보다 직구 비율을 늘리면서 좋은 피칭을 펼쳤다.

자신감 있는 직구는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놀았고, 각도 큰 체인지업은 낮은 코스를 공략했다. 컨트롤에 흠잡을 데가 없었다. 2회와 4회, 한 차례씩 주자를 3루에 내보냈지만, 투구에 흔들림은 없었다. 6회 3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2실점한 게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복귀전에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살아난 직구와 개선된 컨트롤, 이재학은 시련 속에서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9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NC는 시즌 성적 1승 2패, 방어율 3.69의 이재학을 선발로 내세웠다. SK에서는 1승 2패, 방어율 3.60의 박종훈이 선발등판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09/
경기 후 만난 이재학은 "나도 모르게 폼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왼쪽이 빨리 열려 팔각도도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다. 1군에서는 경기에 계속 뛰어야 해 많이 고치지 못했는데 2군에서 지연규 코치님과 계속 상의하면서 예전의 폼을 다시 만들었다. 밸런스가 맞으면서 공끝이 좋아졌고,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어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2군행 덕분에 얻은 건 '자신감'이다. 생각을 바꾸면서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변화했다. 이재학은 "자신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2군에 내려가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해져 있었다. '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가면 어쩌나' 이런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마음 먹었고, '불안감을 이겨내보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은 "오늘 재학이의 팔 스윙이 워낙 좋았다. 직구와 체인지업 모두 살았다. 복귀 첫 등판에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피칭을 해서 다행"이라며 이재학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재학은 "이겨내 보자고 했더니 잘 던질 수 있었다.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오늘은 내가 좋았을 때와 거의 비슷하게 올라온 것 같다"며 2년 연속 10승을 올린 NC의 토종 에이스의 부활을 예고했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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